요즘은 온통 관심이 최순실 게이트에 모아져 있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기에 차마 관심을 돌리기도 어렵다. 그런 가운데 반드시 주목해야 할 다큐가 방영되었다. <교육소멸 보고서, 35년의 기록>이다. 이 다큐는 춘천 KBS가 제작한 것으로 인구절벽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의 더 심각한 교육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역 작은 마을에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싱거운 수수께끼를 하나 풀어보자. 마을에 인구가 줄어 학생이 감소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가 줄어서 인구가 주는 것인지 정답을 맞춰보자. 마치 닭과 달걀의 논란처럼 어려울 수도 있고, 너무도 쉽게 전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KBS 특선다큐 <교육소멸 보고서, 35년의 기록>

그러나 조사한 결과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고, 분명히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합리적 수치도 보였다는 것이다. 지방의 소단위 마을에 학교가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인구수만 놓고 봐도 그 차이는 분명하다. 조사결과 학교의 유무가 인구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정책은 어떨까? 놀랍게도 학교통폐합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학교통폐합은 무려 35년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고, 그로 인해 무려 3700개의 학교가 사라졌다. 이 정책에 들어간 국가예산만 1조 6천억이다. 문제는 이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 학교통폐합이 사용 흔적을 찾아보기도 어렵거니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보고에 따르면 학교 통폐합으로 지원된 예산은 주로 학교 시설 보수, 관사 신축, 방학 중 학생 및 교직원의 연수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학교행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이런 예산 집행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넓은 지역의 학교를 통폐합했다면 분명 학생들에게는 통학의 문제가 가장 먼저 대두된다.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높이기 위해 사용됐어야 할 예산이 엉뚱한 곳에 써진 것이다.

KBS 특선다큐 <교육소멸 보고서, 35년의 기록>

만약에 그렇게 무의미하게 사라져 버린 예산을 폐교시킨 학교에 투자를 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가정을 돕기 위해서 제작진은 일본의 한 학교를 주목했다. 우리보다 30년 먼저 인구절벽에 도달한 일본은 이런 문제에 있어 아주 중요한 모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 시골의 한 학교의 입학식. 크지 않은 교실에서 치러지는 이 입학식에 학생은 달랑 한 명이다. 또한 이 신입생을 맞아줄 선배도 없다. 학교를 통틀어 학생이 단 한 명인 미니학교다. 이 한 명의 학생을 위해 쓰는 예산만도 1년에 6500만 원 정도가 된다. 일인당 교육예산으로는 너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본이라고 예산이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본도 통폐합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경험하고, 그 시행착오를 통해 이제는 학교 통폐합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학생이 없을 경우에도 폐교 대신 휴교를 택한다고도 한다.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 신중하고, 절실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KBS 특선다큐 <교육소멸 보고서, 35년의 기록>

이제 모두에 제시한 수수께끼의 답을 내보자. 학교를 줄이는 것은 단지 학생들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린 자녀가 걸어서 다니던 학교를 긴 시간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한다면 이사를 고려할 수밖에는 없다. 다시 말해서 학교의 감소는 인구 감소의 대단히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지방의 경제와 세원 모두를 악화시키고, 결국엔 지방자립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제 학교통폐합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는 감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자체의 존재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각 지역 교육청은 학교 통폐합을 강행하려 할 뿐이다. 경기교육청만 해도 5년 내 84개 학교를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수도권이 이런 정도라면 서울과 먼 지방의 상황은 얼마나 심한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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