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에릭의 요리가 심상치 않다. 그 어렵다는 김치도 척척이다. 아무리 자취를 오래해도 왠지 김치만은 본가에서 공수하는 것이 보통이라, 어지간한 혼밥 고수라도 김치만은 애초에 포기하는 편이다. 마트에 간편하고 다양한 김치가 있기 때문에라도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김치 담그는 에릭은 최지우의 김치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또한 본래부터 김치를 담가먹지 않았다고 한다. <삼시세끼> 촬영을 위해서 엄마와 함께 김치를 담그며 배워온 것이다. 그런데 솔직한 그 부분이 더욱 마음에 든다. 본래 방송이라는 것이 눈 가리고 아웅이 워낙 많은 것이고, 제작진 가운데 누가 폭로하지 않는 한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릭과 <삼시세끼> 제작진은 에릭이 혼자서는 처음 담그는 것이라는 것을, 엄마에게 배운 흔적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무엇보다 한 번 실습해보고 곧바로 혼자서 김치를 담근 것을 보면 에릭이 제작진 말대로 ‘요리천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삼시세끼>의 또 다른 요리사 차승원과는 달리, 말도 없고 덜 화려해 보이는 에릭은 그 요리 실력으로 <삼시세끼>의 권력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웬만하면 일 하기 싫어하는 이서진을 자발적으로 일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삼시세끼>는 애초의 기획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만재도와 달리 득량도는 이번이 처음이라 이모저모 섬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하는 계획을 이미 세워뒀을 것인데, 워낙 에릭의 요리가 신통방통한 탓에 대부분의 분량을 에릭의 요리시간에 할애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 것이 분명하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정선 때부터 보면 <삼시세끼> 제작진은 <삼시세끼>의 배경에 많은 애정을 보여왔다. 심지어 비가 오면 빗소리까지 담아 시청자에게 낯설지만 감미로운 시간도 선사한 바 있다. 또한 <삼시세끼>의 빼놓을 수 없는 식구인 동물들에 대한 스토리도 전에 없이 소홀하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서지니가 스스로 일을 할 정도로 놀라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가 신화의 그 에릭인데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요즘 이서진은 에릭의 밥상을 받을 때마다 식당하자는 말을 달고 산다. 오죽 맛이 있으면 그럴까 싶을 정도로 에릭의 밥상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일 것이다. 물론 시청자도 직접 맛을 보진 못하지만 이런 <삼시세끼>의 변화 아닌 변화에 만족스러우니 문제될 것은 없다.

차승원보다 먼저 에릭이 늦게 <삼시세끼>에 합류해서 그나마 반응이 다소 차분하지 만약 차승원에 앞서 출연했다면 그 반응은 정말 뜨거웠을 것이다. 물론 가정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만큼 에릭이 선보이는 요리들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완벽하다는 뜻이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그런 수많은 요리들 중에서 이번 주 가장 놀라웠던 것은 카레였다. 태국식과 일본식을 결합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 단서는 코코넛 밀크과 다크 카카오였다. 제작진도 자막으로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듯이 정말 성공할지 의심스러운 레시피였다. 그런데 그 카레를 한 술 뜨자마자 이서진이 식당을 차리자고 한 것을 보면 의심한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요리를 만화에서 배웠다고 한다. 유머 감각까지 장착이다.

사실 카레에 다크 카카오를 넣는 것은 예전에 백종원이 보여준 바도 있고,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지만 거기에 코코넛 밀크를 보태 인도, 태국, 일본 세 나라의 맛을 결합시킬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이 에릭은 진짜 타고난 요리천재인 걸까? 의심 반, 감탄 반으로 <삼시세끼>를 보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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