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경악과 분노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는 다른 말로 하자면 <JTBC 뉴스룸>의 특종이 열리는 문이었다. 대통령의 연설문이 민간인 최순실에게 흘러나간 증거를 제시한 <JTBC 뉴스룸>의 보도에 다음날 대통령은 사과했다. 아무도 하지 못한 것 그리고 하려고도 하지 않은 것. 그것을 <JTBC 뉴스룸> 혼자서 해낸 것이다.

그냥 얻어 걸린 것이 아니었다. 매일 뉴스룸이 끝날 때마다 어떤 특종보다 기다리게 되는 손석희 앵커의 클로징 멘트,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 매일 또 매일 성실하게 지켜진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3년 전 뉴스룸을 시작하던 손석희의 각오와 약속이 지켜진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곧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뉴스가 된 뉴스룸의 기술이고, 바로 진실의 힘일 것이다.

“힘없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힘 있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뉴스. 그렇게 가겠습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막장'…그러나 '땅끝이 땅의 시작이다' (뉴스화면 갈무리)

손석희는 약속대로 힘 있는 사람들을 지금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힘을 가졌지만 쓰지 않고 묵혀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바로 종편이라고 무시하던 지상파 뉴스와 기자들이다. 한 트위터는 이 상황을 이렇게 꼬집었다. ‘JTBC 뉴스룸과 TV조선이 최순실 게이트를 다루고 있는 동안 MBC와 SBS는 왕눈이 흑미와 절임배추 보도로 경쟁이었다네요’라고 말이다.

정말 그랬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몇 년째 지상파 뉴스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지상파 3사 기자들의 자탄에 빠진 모습이 간접적으로 그 진실을 대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백 명의 기자들이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가는 거대한 지상파의 보도국이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는 스스로 뉴스생산을 하지 못한 기자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26일 성명을 통해 “참담하다. 최순실 국정농락 뉴스를 보면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끔찍하고 비참하다”라며 “KBS의 수백 명 기자들이 ‘오늘은 종편 뉴스에 무엇일 나올까?’ 긴장하며 기다리고, 베끼고, 쫓아하기를 서슴지 않는다”는 슬픈 고백을 했다.

언론노조 MBC와 SBS 본부들도 이와 비슷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으며, 공정한 보도를 막은 경영진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 내용들을 굳이 옮겨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9년 간 지속되고 반복되어온 언론의 문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JTBC 기자들은 자랑스러울 만도 하다. 아니 기자됨의 보람과 성취감을 가져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때 손석희는 JTBC 기자들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냈다. “JTBC는 또 다시 가장 주목받는 방송사가 돼있다. 채널에 대한 관심은 곧바로 구성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겸손하고 자중하고, 또 겸손하고 자중합시다”라고 경계를 다졌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막장'…그러나 '땅끝이 땅의 시작이다' (뉴스화면 갈무리)

그것은 어쩌면 다른 방송사 기자들이 겪게 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27일, <JTBC 뉴스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라고 할 수 있는 앵커브리핑을 통해서는 이문재 시인의 글을 인용했다. “땅끝은 땅의 시작이다. 땅끝이 땅의 시작이다”라는 말로 말을 맺었다. 무슨 뜻일까. 아마도 탄식하고 다시 공정보도를 위한 목소리를 막 내기 시작한 다른 방송사 기자들을 향한, 그들을 위한 독려가 아니었을까? 이처럼 시를 빌려야 했던 것은 겸손하고 또 자중하자는 그 마음이 찾아낸, 낮은 자세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뉴스룸이 홀로 잘하는 것이 빛났지만 이날 앵커 브리핑에서 말한 것처럼, 뉴스와 절망을 함께 접해야 했던 많은 이유 중에 큰 것은 뉴스룸 혼자였기 때문일 수 있다. 뉴스룸 단독이 아니라 모든 뉴스가 함께였다면 우리 사회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날의 앵커브리핑은 다른 때와는 달리 잠든 언론을 깨우려는 그의 여명은 아닌지 모르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