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논란 이후 당사자인 티파니는 머뭇거림 없이 하차를 결정했지만 이후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급속도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 와중에 꿈의 계주는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홍진경에게 전해진 바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침체된 언니쓰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자신들의 문제도 버거운 판에, 환경이라는 대단히 무거운 주제에 도전했다.

장진 감독과 함께 환경다큐를 찍기로 했다. 어차피 예능의 장르는 무한대이고, 언니쓰는 이미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걸그룹 데뷔도 한지라 이상할 일은 없었다. 다만 진짜로 예능이 다큐로 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쯤, 다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나머지 반쯤이 되어 페이크 다큐로 가기로 결정을 한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그러니까 다큐 형식이지만 사실상은 영화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음악의 신>이 딱 페이크 다큐 형식이다. 다만 언니쓰의 페이크 다큐는 장진 감독의 인맥 등으로 무척이나 화려한 카메오들이 등장할 것을 은근히 기대해볼 수 있다. 장진 감독은 이 다큐를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라니 괜한 설레발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언니쓰의 다큐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다큐를 만드는 과정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함께 섞여서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가 <무한도전>에도 있었지만 언니쓰는 무한도전보다 훨씬 더 느리게 그리고 충분히 제작과정을 방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붐마이크는 제시가, 슬레이트는 민효린이 맡았다. 수많은 NG컷이 언니쓰에서는 다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슬레이트를 치던 민효린이 연기도 한다는 것이 어쩌면 많은 독립영화의 현실일지도 모르겠지만 언니쓰 다큐영화의 볼거리이다. 물론 영화 촬영이 낯선 멤버들의 바싹 긴장한 모습은 언제나처럼 언니쓰의 빠질 수 없는 재미인 것은 당연하다.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그리고 언니쓰의 비주얼 담당 민효린의 불꽃연기를 보는 것은 이번 다큐의 소소한 보너스였다. 그런가 하면 진행 중인 드라마에서는 주연을 맡은 라미란이 첫 씬에서는 그저 시청을 지나는 보조 출연자로 등장하는 흥미로운 역할 역전도 빠뜨릴 수 없는 볼거리다. 이처럼 언니쓰의 환경 다큐는 그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무척 가볍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언니쓰 토론회에 나왔던 친환경배우 박진희가 “지속 가능한 일을 내가 행복한 만큼만”한다는 실천의 모토가 그대로 녹아든 것 같았다. 환경 예능으로 우리들 기억에 아직 지워지지 않는 <인간의 조건>도 떠올리게 된다. 비록 언니쓰의 걸그룹 데뷔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도전이 될 것 같다.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또한 카메오는 아니지만 언니쓰의 다큐가 출품을 결정(?)한 아시아나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안성기까지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언니쓰의 나비효과라 할 것이다. 왠지 염불보다 잿밥에 군침을 흘리는 것 아닌지 걱정도 살짝 되지만 여전히 “내가 행복한 만큼” 이번 언니쓰의 다큐의 효과가 날 것이기에 상관은 없다. 잿밥에만 배를 불려도 어쨌든 예불에는 참가한 것이니 말이다.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최근 슬램덩크 시청률이 너무 최악이라 반향을 일으키기에도 불안한 조건이지만, 환경이라는 소중한 주제를 선택한 이번 도전이 걸그룹 때보다 더 큰 성공을 기대하게 된다. 이제 다시 언니쓰에 주목해야 되지 않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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