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아는 형님>은 토요일 밤의 놓칠 수 없는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그 중심에는 스스로 자인한 근본 없는 드립력이 자리잡고 있다. 거기에 너무 과하지 않은 게스트들의 망가짐이 더해지면서 트렌드에 없는 트렌드를 잡아가고 있다. 시청률도 예전과 비교하면 눈부시게 상승했다.

그렇게 발전하고 있는 <아는 형님> 인기의 원동력은 상식 파괴에 있다. 보통은 배려를 위해 출연자의 상처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는 등의 상식은 <아는 형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서장훈과 이상민은 <아는 형님>의 좋은 먹잇감이 돼왔다. 김희철을 일약 차기 예능대세로 점찍게 한 것도 이런 <아는 형님>의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아는 형님> 이외의 예능에서는 볼 수 없는 독하고 신선한 애드리브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중독된 상태다. 그런 만큼 게스트 역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준비 중에 으뜸은 흔들리지 않을 멘탈이라고 할 것이다. 아무리 근본 없는 드립을 던진다고 해도 대상이 받아주지 못하면 그 순간 개그는 깨지고 상처만 남게 될 뿐이다.

그런 독한 드립의 정글 속에서 묘하게 걸그룹들이 잘 버텨왔고, <아는 형님>의 성장에 큰 힘을 보태준 것이 참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세상만사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최근 잘나가고 있는 <아는 형님>의 자신감이 좀 지나친 것은 아닌가 싶은 느낌이 전해진다.

10월 1일 방영된 <아는 형님> 44회는 기존 아는 학교 콘셉트가 아닌 걸그룹 연구소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항상 걸그룹을 게스트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게스트를 위한 일시적인 변화일 것이다. 그런데 처음 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문제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크게 재미를 주지 못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이번 <아는 형님>의 바뀐 콘셉트 걸그룹 연구소에 초대된 걸그룹은 다이아였다. 결과적으로 기존 아는 학교 콘셉트로 그냥 하느니보다 못했다. 누가 보기에도 <아는 형님>이 다이아를 띄워주기 위한 전략적 변화로 보인 걸그룹 연구소는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스타킹의 강호동 흉내 내기로 변질되기도 했다. 그 역시 노잼의 향연이었다.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아는 형님>이 고전하던 초기부터 최근까지 봐온 감각으로는 결코 성공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주 게스트를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만들 정도로 <아는 형님>의 화려한 드립이 실종됐다는 점이 커보였다. 결국엔 낡고 낡은 가족오락관식 게임까지 등장했던 것을 보면 이번 <아는 형님>은 정말 중구난방이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왜 잘되던 형식을 포기하면서까지 다이아를 띄워주려고 했을지 의문이다. 아니 <아는 형님>이 현재 누굴 띄워줄 정도의 처지가 되는지를 먼저 묻고 싶다. <아는 형님>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청률 3%도 이미 넘었고, 4%를 목전에서 노리던 순간도 있었지만 아직은 안정됐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게스트에 따라 시청률의 등락폭이 컸던 것을 보면 아직 <아는 형님>이 뭘해도 끝까지 본방사수를 해줄 시청자 충성도가 크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른 걸그룹에 비해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다이아를 게스트로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시청자에게 익숙한 포맷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아직 <아는 형님>이 누굴 띄워줄 입장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해봐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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