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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상상
황지희 기자 | 승인 2007.11.06 01:59

   
 
11월 5일 월요일 EBS <다큐 10> '21세기 물전쟁'편의 한장면이다.

맞선을 보러 나갔다. 상대방이 물었다.

"일주일에 머리를 몇번이나 감으십니까?"

갈등에 빠졌다. 강남 사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여섯번은 감는다는데, 두번이라고 말하면 내 연봉을 눈치채지 않을까? 그렇다고 다섯번이라고 말하면 낭비가 심하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이를 어쩐다. 그 사람이 자꾸 다그친다. "몇번입니까? 그럼 한번 감을 때 몇번이나 헹구십니까?"

휴~. 꿈이었다. 이게 다 EBS <다큐 10> '21세기 물전쟁'편 때문이다. 단순히 물아껴쓰라는 환경다큐겠거니 하고 봤더니 그게 아니었다. 물의 상품화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듣고보니 우리에게도 낯선 얘기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서울시 산하 19개 상수도사업소를 민간에 위탁하고 상수도사업본부를 오는 2012년까지 공사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10월 31일 한국노총과 간담회 자리에서 "전력과 가스, 수도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성이 강한 부문에 대해 민영화를 하는 것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행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방송은 막강한 다국적 기업들이 물을 상품화함으로써, 물은 20세기의 블랙 골드인 석유를 대체하는 21세기의 블루 골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다국적기업들이 '깨끗한 물'을 병에 담아 상품화 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심각한 환경파괴를 하고 있는 현장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다.

이거보다 더 피부로 와닿는 사례는 '수도의 민영화'였다.

'21세기 물전쟁'편에서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는 베티의 가족을 통해서, 물 사용권을 놓고 벌어진 싸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베티가족은 디트로이트에 살지만 매일 물을 길어온다. 베티의 남편이 치매진단을 받아 모든 일을 자신이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수도세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밀린 수도세가 자그마치 4천 달러다. 디토로이트 수도국이 민영화 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한술 더떠 집에 수도물이 안나오면 아이들을 사회복지시설로 강제로 보내버린다.

UN 공공설비 고문 데이비드 보이즈는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들에게) 수도 사업은 매력이 없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파이프 공사를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도시의 시장은 이것이 내가 한 일이라고 떠벌일 수도 없죠.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수도사업은 정책적으로 등한시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기초생활보장대상자에게는 수도요금을 50%할인을 해준다거나, 기업들의 자율경쟁을 통해 요금이 할일되는 날을 기다리는 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수도의 민영화가 얻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에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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