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예체능>의 12번째 종목으로 양궁이 선정됐다. 사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올림픽 때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유일한 종목이면서도 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것이 양궁이다. 그렇다면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스포츠 예능에서 진작 다뤄서 올림픽 전부터 이 종목에 대한 시청자 관심을 높였어야 했다. 하다못해 올림픽 직후에 편성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32년. 8번의 올림픽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나라에 양보한 적 없는 한국 여자양궁 단체는 살아있는 전설을 이어가고 있고, 특히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양궁 전 종목을 한국팀이 석권해 세계에 한국양궁의 위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 양궁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높을 때에 예체능 종목으로 선정되어 올림픽 영웅들을 티비에서 볼 수 있게 됐으니 오랜만에 <우리동네 예체능>에 바짝 관심을 갖게 된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그러나 정작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양궁은 일단 뒷전이고 요즘 진짜 걸크러시로 인정받는 이시영 때문에 웃기 바빴다. 특히 이시영은 정형돈, 김종민 외에는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강호동을 집중 공격하는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보통 강호동의 커다란 몸과 높은 톤의 목소리 때문에 친하지 않으면 다소 주눅 들기 십상인데, 이시영은 남달랐다.

사실 이시영이 <우리동네 예체능>에 앞서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성격상 웃기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번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마음먹고 웃기려고 작정한 듯했다. 다분히 엉뚱하고, 꿋꿋이 할 말 다하는 모습이 6년 전 세상에 연기자 이시영을 세상에 알리게 한 <부자의 탄생>에서의 부태희를 떠올리게 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아직도 부태희의 명대사(?)가 기억날 정도로 당시의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이순신처럼”이라는 말이 이시영의 실제로 착각케 할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던 이시영에게는 분명 예능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그 끼를 발산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시영의 예능에 대한 재능은 썩히면 아까울 정도다. 그렇지만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이시영은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에이스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이시영 효과로 <진짜 사나이> 시청률은 눈에 띄게 오르고 있고, 화제성 역시 크게 개선된 것을 보면 괜한 기대가 아닐 것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3년간 인천시청 실업팀에서 합숙까지 해가며 복싱에 매진했던 승부욕이면 뭘 해도 잘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나나 한입을 먹기 위해 여배우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속옷까지 계체량에서 벗었던 경험이라면 승부에 결코 느슨해지지 않을 것이며, 그런 근성을 이미 <진짜 사나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시영은 요즘 액션영화 촬영 중에 있는데, 시간이 나는 대로 양궁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모두 그럴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왠지 이시영은 남들보다 좀 더 독한 진정성을 가질 것만 같다. 그만큼 이시영에 대한 이미지와 기대치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양궁 영웅들도 매주 보고, 이시영도 보고 <우리동네 예체능>이 매주 기다려질 것만 같다. 과연 양궁영웅들과 걸크러시 이시영의 콜라보가 침체된 <우리동네 예체능>에 힘을 불어넣게 될지 궁금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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