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시장 수조에 빠지고, 회식자리에서 소맥 제조는 물론 픽미 댄스까지는 추는 박하선. 쓰레기 연기도 참 고 퀄리티로 하는 하석진 그리고 아이돌 때문에 틀렸다는 편견을 깨준 샤이니 키의 깜짝 놀랄 연기. 그리고 말로만 듣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작은 영토 노량진의 실제 모습. 이런 정도가 tvN의 새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첫 회를 강렬하게 만든 요소들이다.

2년 전 <쓰리 데이즈>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박하선은 이번 드라마에서 다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변두리 대입학원이 망하면서 갑자기 백수가 될 뻔 했다가 시급 3만 원짜리 강사로 노량진 학원가에 입성한 박하나 역할을 맡았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가 졸업 후까지 계속 하게 된 변두리 대입학원 강사 생활은 박하나에게 을의 습성을 강요했던 것 같다.

tvN 새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새로 취업한 노량진 공무원 시험학원은 첫날부터 박하나에게 아주 많은 것들을 새로 경험하게 했고, 늘 그랬던 것처럼 좌절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런 감상에 빠져있을 여유란 없다. 익숙하지도 않은 샘플강의 녹화를 해야 했고, 업무가 끝나자 회식자리에 가서 원장 비위를 맞춰야 했다. 거기까지였으면 박하나는 그렇게까지 좌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러나 박하나와 같은 날 학원에는 또 다른 강사가 새로 들어왔다. 진정석(하석진)은 소위 일타로 불리는 일류 스타 강사다. 원장이 엄청난 돈을 들여 스카우트한 귀한 몸이다. 일반강사인데도 따로 개인 사무실을 내줄 정도다. 강사라면 원장이 주최하는 회식에 감히 빠질 수 없는데, 진정석은 원장 따위 안중에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고 퇴근을 해버린다.

tvN 새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그렇게 끌려간 회식이 끝난 후에 진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술 마시고 싶어지는 경험을 많이들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강요된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전쟁 같았던 새 직장에서의 첫날을 부대끼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박하나는 다시 힘내기 위해서,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신다. 맥주광고가 무색할 정도로 맥주 한 잔 하고픈 유혹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동네에 주목할 또 다른 세 명이 있다. 바로 공시생들. 흥미로운 것은 강사진은 모두 드라마를 위한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반해 공시생들은 그대로 배우들 실명을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 절반이 아이돌이었다. 샤이니 키와 다이아 채연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지상파에서는 아이돌들의 연기가 문제가 되고 있어 이 드라마도 아이돌로 인해 틀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됐다.

tvN 새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그러나 그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였다. 아직 채연의 등장 순서가 아니라서 전부를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샤이니 키는 깜짝 놀랄 만한 연기를 보였다. 일단 대구 출신답게 사투리 구사는 꼬투리 잡힐 일 없을 만큼 잘했고. 대사와 표정도 합격점을 줄 만 했다. 아니 솔직히 한참을 보면서도 공시생 기범이가 샤이니 키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친구로 나오는 배우들 공명, 김동영과의 호흡에서도 모나지 않게 잘 맞추는 모습에 놀랐다.

노량진은 이 시대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곳이다. 젊은이에게 야망을 가지라는 말은 이미 사어가 됐다. 생존이 위태로운 판에 야망은 무슨. 하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결국은 기승전연애가 될지라도 그 아프고 숨기고 싶은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래도 볼 만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21세기형 <서울의 달>가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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