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이제는 어디 생활사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말이지만 사실 말만 사라졌다 뿐이지 우리 생활 속에 1+1은 여전히 건재하다. 편의점만 가도 그렇고, 심지어 음식점 메뉴도 1+1은 인기다. 드라마라고 다르지 않다. 요즘은 드라마들은 모두 복합장르를 추구하고 있다.

2일부터 시작된 김현주, 주상욱의 <판타스틱>은 단순하게 보면 로코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묵직한 사회성이 담겨 있다. 아무리 러블리의 원조 김현주가 나온다고 해도 그저 로코만이었다면 열심히 보게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1+1도 아니고 로코에 풍자라니, 과연 이 조합이 맞을까 싶으면서도 일단은 반갑다.

JTBC 새 금토드라마 <판타스틱>

<판타스틱>의 여주 이소혜는 요즘 유행인 단짠 캐릭터다. 발연기 배우만도 죽을 맛인데, 말기 유방암 선고로 진짜 죽게 된 이소혜. 그저 얼굴만 바라보면 달콤하기 그지없는 이소혜지만 그녀를 둘러싼 모든 환경들은 그녀를 세상에 둘도 없는 비극의 주인공을 강요한다. 그래도 로코의 조상 캔디의 유전자대로 이소혜는 울지 않고 웃는다. 아니 울 틈이 없다. 아직 젊은 나이에 마지막 작품에 남은 6개월을 쓰고는 죽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이소혜가 동분서주할 이 드라마가 건 캐치프레이즈는 ‘오늘만 사는 로맨스’다. 얼핏 들으면 딱 웃기기 좋은 설정이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보려면 참 처절한 로맨스로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청춘시대>로 6주간 우리들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jtbc가 그 보상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이번 드라마는 일단 웃기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판타스틱>보다 펀타스틱이란 제목이 좀 더 어울린다.

JTBC 새 금토드라마 <판타스틱>

이미 충분히 홍보된 것처럼 발연기 장인 한류스타(주상욱)와 직설화법 장르물 작가(김현주)의 잘못된 만남. 그 만남을 강제하는 자본주의의 갑질(김정난)로 인해 이들의 관계는 계속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만남에 얽힌 에피소드에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들의 실패요인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끄는 류해성. 연기가 안 되지만 중국투자자의 첫 번째 투자옵션이 되는 한류스타. 물론 <판타스틱> 속 드라마 히트맨은 흥행에 실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라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딱 그렇게 캐스팅한 배우들로 인해서 사전제작이라는 안전망도 허무하게 뚫리는 법이다.

이 부분은 작가가 드라마 현실에 던지는 작은 돌팔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대목에서 뭔가 낚시할 때 찌를 흔드는 느낌이 오기는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로코이기에 그 느낌을 오히려 부정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도가 나가면서도 풍자의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풍자는 점점 몸을 부풀려 사회비판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JTBC 새 금토드라마 <판타스틱>

아니 장르물 작가와 발연기 달인 한류스타와의 결합 자체가 블랙코미디를 지향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부조리한 현실의 반영은 작가 이소혜에 그치지 않고, 이소혜의 절친 백설(박시연)에게서는 더 발전한다. 마치 이소혜와 백설이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행이라도 떠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러고 보면 오늘만 사는 로맨스가 아니라 오늘이 아니면 안 될 로맨스가 될 것 같다. 또한 드라마 작가가 작가를 죽이는 기이한 발상도 흥미롭다. 작가가 생각하는 작가의 죽음은 어떨지 그 상상력에 호기심이 동한다. 그래서인지 지겹도록 흔한 설정인 시한부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신선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역시 드라마는 소재도 소재지만 해석과 묘사가 중요한가 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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