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김장부부의 결합은 그 자체로 흥분이었다. 그리고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비밀스러웠던 장막이 열렸다. 그 첫인상은 말 그대로 기대 이상, 상상 이상의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한국 장르 드라마의 일인자로 우뚝 선 김은희 작가의 손에서 태어난 <무한상사>는 지금까지의 <무한상사>의 틀을 지키면서 거기에 스릴러를 접목한 것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한마디로 <무한상사>에 <시그널>을 더했다는 표현이 좀 거칠기는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시그널>의 김혜수, 이제훈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조진웅까지 출연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이 정도로만도 <시그널>의 추억을 곱씹기에는 남고도 남으니 만족해야 할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상사 메이킹’

대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로 스케일이 커진 이번 <무한상사>에는 아주 많은 연기자들이 등장한다. <곡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을 비롯해서 김희원, 전미선, 신동미 등 많은 연기자들이 예능이 아니라 보통의 영화 작업과 전혀 다르지 않은 자세로 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며칠 전 잠시 뜨거웠던 <무한상사> 극장판의 이슈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는 없었다. 결론은 대의명분을 따라 극장판을 취소하기로 뜻이 모아진 것으로 발표가 되었지만, 이 <무한상사>가 본격적으로 방영되면 아마도 다시 극장판이 이슈가 될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상사 메이킹’

그만큼 첫 메이킹 필름만으로도 <무한상사>는 작은 티비 화면에 담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날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번 <무한상사>는 단지 영화감독 장항준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스태프며, 작업 과정 전부가 영화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분명 누구의 생각이든 이 <무한상사>를 큼직한 극장 스크린에 걸겠다는 의지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극장판을 취소하기로 한 그 대의명분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기존 가요제나 토토가 등을 통해서 음원 폭탄을 터뜨린 것을 두려워한 영화계의 반대라면 좀 씁쓸한 일이다. 일각에서 그들만의 스크린쿼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그런 뒷맛을 남긴다. 분명 영화인데 극장에서 못 본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상사 메이킹’

그러나 이 문제는 나중 일이고 일단 영화판 <무한상사>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서 오히려 걱정일 정도다. 진짜로 걱정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기대는 흥분으로 이어졌고 <무한도전> 방영 시간이 지나고도 한동안 불안해질 정도였다. 이미 <무한상사>의 재미와 <시그널>의 긴장감을 다 알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스릴러 버전 <무한상사>라니,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심정이다.

게다가 여느 드라마와 영화와 달리 예능인 <무한도전>이라 더욱 좋은 것은 본편만큼이나 메이킹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메이킹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큰 시청자에게는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A컷 하나를 건지기 위해 수없이 반복되는 B컷들. 그 과정에 들이는 땀과 노력 그 많은 시간들을 시청자가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은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에게 아주 큰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무한상사> 때문에 당분간 토요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더딜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