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대통령마저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산업의 핵심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중문화 하나만큼은 아시아에서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 본래 한류의 본거지였던 일본에서 이제는 중국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13억의 인구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긁어모은 막강한 부를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한류 앞에 무대책으로 투항했다.

한국에서의 인기는 그대로 중국까지 이어져 한류스타로 떴다하면 그에게는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부가 따라온다. 예컨대, <태양의 후예>로 한류의 선봉으로 우뚝 서게 된 송중기의 경우 중국 드라마 출연료가 100억대를 훌쩍 넘는다는 루머 아닌 루머가 전해질 정도다. 중국의 한류는 비단 연예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KBS 2TV '태양의 후예'로 한류 스타로 떠오른 배우 송중기가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의 팬미팅을 마지막으로 3개월간의 아시아 팬미팅 투어를 마쳤다. 사진은 상해에서 열린 팬미팅에 참석한 송중기.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중국은 얼마 전부터 한국의 예능 피디들을 스카우트해가고 있다. 몇몇 한국의 프로그램을 수입해갔지만 그럴 바에는 아예 재능 있는 피디들로 하여금 중국에서 예능을 제작케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장사에 밝은 중국인으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태도이며, 동시에 언젠가는 한류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피디들이 그 정도의 속내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국내 방송사 사정이 어지러운 상황과 맞물려 한국을 떠나는 피디들이 심심찮게 보도되는 실정이다. 어쨌든 이 현상은 중국 내 한류의 위상을 말해준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비단 방송만이 아니다. 연예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더 많은 부분이 한류 덕에 중국 특수를 누리는 것이 요즘이다. 그리고 이 중국 특수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래 전개될 전망이었다.

그런 한류에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송중기의 드라마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루머가 전해지고, 중국의 방송은 박보검의 광고를 트집 잡아 노골적인 한류 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한류스타들의 중국 내 일정이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더해지고 있다. 분명 전과는 다른, 너무도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그 변화에 치솟던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여행 등등 한류와 관련된 주식이 급락하고 있다.

중국서 문제가 된, 배우 박보검이 출연했다는 광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랑에 빠져 있던 중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바로 얼마 전 전격 발표된 사드 배치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원조격이었던 일본에서 한류가 급속도로 식었던 이유가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정치적 이슈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드의 여파 역시 중국으로 몰린 한류를 일거에 후퇴시킬 수도 있는 강력한 원인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드는 단지 구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중국은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수입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국 내 생산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이번 정부 간의 갈등을 기회로 삼아 한류로부터 자립하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장 최악은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중국 전자상거래 활성화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민은 중국 왕홍 대표가 중국 내 한국 상품의 경쟁력과 판매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왕홍은 온라인상의 유명인사를 뜻하는 말로 '왕뤄홍런(網絡紅人)'의 준말이다. Ⓒ연합뉴스

다만 아직 중국으로부터 명확한 태도는 없다는 점이 유일하게 희망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현재의 중국은 과거 문화혁명 때와 너무도 다르다. 이미 중국인들 속으로 깊이 자리한 한류를 무 베어버리듯 단칼에 자르는 것은 분명 무리가 따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류는 비단 한국만의 산업은 아니다. 한류에 부응해서 사실 한국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것은 중국 자국 내 기업들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왕홍(블로거) 같은 개인들도 기업 수준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한류 위기설은 단지 호들갑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한류는 과거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류의 거품에 덮여 잘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동북공정의 중국이 언제까지나 한류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지금이 아니라 한참 후에 벌어졌어야 했다. 그 상황을 앞당긴 이유 혹은 빌미가 한류 내부가 아닌 것이 유감일 수밖에는 없는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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