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아니면 볼 수 없었던 배우도 tvN에서는 볼 수 있다. 시그널의 김혜수에 이어 굿와이프에 전도연이 출연함으로서 시청자들은 계탄 기분이다. 그러나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사실 미드나 일드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콘텐츠들이지만 정작 리메이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칸의 여왕 전도연은 그런 우려를 덮을 만큼의 화면 장악력을 갖고 있었다.

굿와이프는 미국 CBS에서 올해 시즌7까지 제작한 인기 드라마다. 보통의 법정 드라마와 달리 타락한 고위층 남편을 둔 전업주부가 변호사로서의 성장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렇지만 그녀가 속한 로펌이 결코 청정구역이라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유죄 판결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로펌 역시 무죄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tvN 새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그런 속에서도 꿋꿋이 정도를 걷는 여주인공은 묘하게 혼탁한 드라마 분위기를 정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착한 드라마라는 결론에 도착하게 한다. 제목이 굿와이프인 것처럼 이 드라마는 알리샤 혹은 김혜경(전도연)의 분량이 압도적이다. 결국 한국판 굿와이프는 전적으로 전도연의 연기에 성패가 달렸다는 것이다.

특히나 원작 미드를 본 사람들에게 전도연은 대단히 힘든 시험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첫 회가 그래서 더욱 중요했다. 결론은 원작의 배우 줄리아나 마굴리스를 지우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시즌7까지 줄라아나에게 열광했던 기억이 머쓱할 정도로 전도연은 투항을 할 수밖에 없는 연기를 하였다. 괜히 전도연이 아니었다는 말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전도연을 믿으면서도 왠지 걱정스러웠던 큰 문제가 해결됐다.

그러나 굿와이프 리메이크에는 아직 몇 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원작 미드를 본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아마도 로펌 조사관 김단(나나)일 것이다. 원작에서 이 캐릭터는 검찰과 경찰에 넓은 인맥으로 소송에 필요한 고급정보를 잘 빼내오는데 그것 말고도 아주 비밀스러운 정보 루트가 있었다.

tvN 새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미국이라는 배경에서는 아무 문제도 아니지만 한국이라 문제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이 조사관이 정보를 입수하는 비밀스러운 루트는 바로 FBI다. 그런데 그 FBI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즉 동성애 코드가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판에서 이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 매우 궁금했다. 논란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위험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드처럼 노골적으로 묘사는 하지 않았지만 전도연의 첫 무료 변호를 이기게 하는 결정적 정보를 나나가 빼오는 상황에서 짧지만 분명하게 이 부분을 드러냈다. 뭔가 막혔던 것이 확 뚫리는 기분에 해방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생각보다 나나의 연기가 좋았다는 것은 그 다음으로 놀란 사실이었다. 나나는 가수보다 연기를 더 열심히 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전도연이 들어간 로펌의 공동대표 관계가 남매로 바뀐 점은 다소 의외였다. 그러면서 윤계상의 누나로 나오는 김서형의 성격이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아쉬웠다. 대체로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의 캐릭터는 원작과 같으면서도 한국적인 분위기로의 변화에 무리가 없어 보였지만 그 외 캐릭터들의 변화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가 의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도연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당분간 굿와이프 세상이 될 것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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