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6연승을 달리던 KIA 타이거즈가 7점차 역전패를 당한 지난 LG전 이후 넥센을 만나 내리 패배하며 4연패에 빠졌다. 이런 냉탕온탕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LG전의 역전패는 위닝 시리즈를 가져왔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겠지만 고척돔에서의 스윕패는 너무도 처절했다. 넥센 공포증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승부였다.

넥센의 염경엽 감독을 흔히 염갈량이라고 부른다. 3일 KIA 대 넥센의 3차전은 제갈량에 얽힌 고사 칠종칠금을 떠올리게 했다. 칠종칠금을 이날 경기에 빗대어 말한다면 3종 3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제갈량과 달리 염갈량은 너무도 잔인하게 고교동창인 김기태 감독에게 패배를 안겼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과 KIA의 경기에서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은 KIA가 좋았다. 1회초 2번 타자 노수광의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그렇다고 해서 미리 승리를 예감할 수는 없었다. 땜빵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임기준의 제구력이 너무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임기준은 4와 1/3 이닝 동안 사사구 7개를 내주었다. 거의 매 이닝 그냥 걸어나가는 타자가 2명쯤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피안타는 단 4개만 허용하면서 2실점에 1자책점을 기록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이날 넥센 타자들의 타격감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넥센의 추격전 양상이었다.

KIA가 1점을 내면 곧바로 1점을 따라가고 2점을 내면 또 2점을 따라갔다. 무려 4번의 동점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면서도 9회말까지 단 한 번의 역전이 없었다. 도망가면 딱 그만큼 쫓아간 것이다.

권투에서 때리다 지친다는 말이 있는데 이쯤되면 도망가다 제풀에 지칠 지경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넥센보다 안타를 4개나 더 치고도 KIA는 결국 연장 11회 박정음의 끝내기 안타를 맞고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패배의 결정적 원인은 사사구와 에러였다. 이날 KIA가 내준 사사구만 13개였고 에러도 3개나 나왔다. 그것도 수비의 중심이 되어야 할 포수의 송구, 포구 에러가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있었음은 당연하다. 잦은 사사구가 더욱 원망스러운 이유다.

첫 번째 동점을 허용한 것도 중견수 김호령의 판단미스로 인한 3루타 허용이 결정적이었고 다시 재역전한 후에는 투수 임기준의 악송구로 다시 동점을 내줬다. 6회초 나지완의 투런 홈런으로 이번에는 두 발짝을 도망쳤지만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포수 이홍구의 1루 송구 에러와 연이은 우익수의 송구 에러가 겹치면서 안타 없이 에러로 두 점을 헌납하며 다시 동점을 내주었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과 KIA의 경기. 4회말 KIA 임창용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말 타자들로서 지칠 법도 한데 KIA 선수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동점 상황이었던 9회초 다시 2점을 냈다. 그래도 이번에는 창용불패 임창용이 버티고 있기에 무난히 승리를 지킬 거라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와 볼넷을 허용한 뒤 베테랑으로서는 범해서는 안 될 보크로 주자를 쉽게 2,3루 득점권에 안착하게 했다.

그렇잖아도 부담이 컸을 첫 세이브 상황에 보크까지 범하자 베테랑 임창용도 흔들렸는지 곧바로 폭투를 던졌다. 폭투였기는 하지만 포수의 포구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는 스스로 11회까지 등판을 했지만 무사에 안타를 내주고 교체됐다. 그렇게 본다면 3루 도루를 막은 백용환이 7회에 교체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KIA는 넥센 상대 8연패에 빠졌고 올 시즌 전적 1승 9패의 수모를 견뎌야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전적 33승 1무 41패인 KIA가 넥센 전적만 빼면 정확히 5할 승률이 된다는 것이다. 넥센도 마찬가지로 KIA 상대전적만 지우면 또 정확히 5할이 된다. 그렇다면 넥센을 키워주는 것은 KI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의 현재 전적은 42승 1무 34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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