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유재석에게는 흔치 않은, 아니 어쩌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유재석이라는 이름보다는 때로 유느님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 정도로 시청자에게, 유재석의 예능에 초대되는 게스트들에게 유재석은 거의 절대적인 호감의 대상이었다. 당연히 칭찬과 미담이 도배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유재석을 디스(?)한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11일 무한도전은 웹툰 릴레이편을 이어갔다. 지난주 멤버들과 작가들의 짝을 결정했고, 이제는 연재 순서를 정했다. 그 전에 웹툰 작가들의 솜씨를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이 역시도 과연 작가들은 다르다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놀라운 솜씨였다. 물론 작가들의 개성과 의도에 따라서 표현을 각자 달랐지만 분명한 것은 멤버들의 특징과 성격이 잘 드러났다는 것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

그러면서도 만화작가답게 웃음포인트를 잊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그래서 만화와 코미디는 형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던 것은 마지막 순서였던 무적핑크 변지민 작가의 유재석 그리기였다. 그리고 충격이었고, 유재석에게는 굴욕이었다.

앞서 작가들이 가급적 멤버들의 얼굴을 실사에 근접하게 그리려는 노력을 보인 것과는 정반대로 변지민은 처음 얼굴 윤곽을 잡을 때부터 남달랐다. 결국에는 유재석이 “이거 콩나물 아니냐”며 절규하게 만든 변지민의 그림은 그야말로 외계인을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유재석 묘사였다.

가장 웃겼던 부분은 그리는 과정 동안 유재석이 망가져가는 자신의 모습에 온갖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유재석에게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변지민의 그림은 아주 묘했다. 얼핏 보면 외계인이고 콩나물에 장난친 그림이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영락없는 유재석이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보통은 남자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유재석에게 홍일점이었던 변지민 작가의 그림 디스는 반전이었다. 변지민 작가의 그림 성향과도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결과였다. 그래서 유재석에게는 더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웃음을 줄 수 있었고, 그래서 유재석은 엉터리라고 아우성을 치는 시늉을 하지만 만족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화풍에서 벗어난 그림으로 유재석을 들끓게 한 그림 한 장 덕분에 변지민 작가는 이번 특집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사실 유재석과 팀이 됐다는 것은 곧 이번 특집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천하의 유재석에게 굴욕을 안긴 과감함에 변지민 작가를 더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

변지민 작가가 유재석의 얼굴을 희화화한 것은 물론 유재석에 대한 애정의 다른 표현일 뿐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유재석과 팀이 된 행운(?)에 안주하지 않고 작가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당찬 선언의 의미도 읽을 수 있다. 유재석과 변지민이 만들 웹툰의 순서는 네 번째이다. 6월 25일 처음 공개되기 때문에 네 번째인 변작가의 웹툰은 아직 한참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

유재석과 변작가는 회의를 통해 웹툰 주제를, 광희를 주제로 한 무도사화로 잡았다. 광희가 광해군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주제인데 과연 어떤 기발함으로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인지 기대케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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