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독 음악예능이 많아졌다. 그래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음악예능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3일 방송된 <듀엣가요제>가 그 음악예능의 본질과 의미를 고루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승은 B1A4 산들과 싱글맘 조선영을 2점차로 이긴 소찬휘와 격투기 청년 김민재였다.

경연의 특성상 이번 경연은 지난주 우승을 했던 이영현과 박준영에 이미 3연승을 기록했던 산들, 조선영 팀과 새로이 합류한 소찬휘, 김민재 팀의 삼파전이 예상됐었다. 그리고 결과 역시 그런 구도를 만들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선 팀은 초아, 김무아 팀이었다. 첫 팀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 할 수 있는 1위 자리에 올랐지만 곧바로 다음 팀인 산들, 조선영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

1위도 3번, 다시 보고 싶은 팀으로도 또 여러 번 뽑힐 만큼 <듀엣가요제>에 가장 많이 출연 중인 산들, 조선영 팀의 위력은 역시 막강했다. 심지어 선곡조차도 경연이 아닌 무난한 성시경 원곡의 <두 사람>이라는 노래를 선택했지만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산들, 조선영 팀은 이후로 도전한 이영현, 박준형 팀과 예성, 조은수 팀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대로 산들의 우승 재탈환이 성사되나 싶을 즈음 등장한 가창력 끝판왕 소찬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격투기를 지망하는 청년 김민재와 함께 소찬휘가 부른 노래는 <천년의 사랑>이었다. 원곡자조차 본래대로 부르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소화하기 힘든 노래다. 덕분에 음악예능이 그토록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이 노래를 들을 수는 없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

이 노래가 끝난 뒤 성시경은 “편집되겠지만 졸라 멋있다”는 말을 했다. 그건 웃길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요즘 화제인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서현진이 벚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아름답고 지랄이야”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육두문자를 쓰지 않고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동이었다.

소찬휘와 김민재가 부른 <천년의 사랑>은 멋있었다. 잘 불렀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완성도와 감동이 넘쳐난 무대였다. 고음중독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예능들이 너무 고음과 가창력에 경도되는 것에 우려를 갖고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소찬휘와 김민재가 보여준 <천년의 사랑>은 가창력 이상의 그 무언가를 끄집어낸 노래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

그것은 드라마였다. 대사도 연기도 없지만 간절함이라는 감정 하나로 만들어낸 드라마였다. 노래라는 것 그리고 음악예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또 지향점이 곧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소찬휘가 이 노래로 얻은 점수는 436점. 산들의 점수보다 2점 더 많았다. 경연이라는 형식 때문에 1,2위가 갈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도 좋을 만큼 두 팀의 무대는 아름답고 또 멋있었다.

그런 마음은 현장의 청중들도 다르지 않았다. 1위팀에 소찬휘, 김민재 팀을 올려놓은 청중들은 다음 주에 다시 만날 다시 보고 싶은 팀으로 산들, 조선영 팀을 선택했다. 과연 다음 주에는 이 두 팀이 어떤 선곡으로 재격돌을 벌일지도 궁금하다. 게다가 다음 주에는 아주 오랜만에 양파와 바다도 <듀엣가요제>에 출격한다. <듀엣가요제>가 점점 출연진 섭외에 힘을 얻는 것이 역력하다. 이날 경연에는 그밖에도 알렉스와 박성진 팀, 예성과 조은수 팀 그리고 AOA 초아와 김무아 팀이 함께 경연에 참가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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