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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김승환 “동성혼 합법화, 현실될 것 확신”[현장] 한국 첫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에 대한 긴급기자회견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5.26 13:49

“우리나라에서도 동성혼 합법화가 불가능한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만든 결정이다.”
“동성동본이 그랬듯, 언젠가는 ‘대한민국에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혼인신고가 반려되는 일도 있었대’라고 회고하는 날이 올 것이다.”

성소수자 입장에서 법적 혼인을 주장하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혼인신고서를 불수리한 서대문구청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각하’한 것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서울서부지법(법원장 이태종)은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결합’으로 해석된다”면서 이들 부부가 낸 소송을 ‘각하’했다. 하지만 결정문에는 “헌법이나 민법 등 관련법에서 명문으로 혼인이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항고심에서는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다른 성소수자들의 동성혼 합법화 2차 소송도 제기될 전망이다. 

2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승환 씨(레인보우팩토리 대표)는 “동성결혼 합법화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면서 “법원은 ‘각하’를 결정했지만 결정문을 주목해야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혼인신고가 반려되는 일도 있었대’, 회고하는 날 올 것”

2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미디어스

김승환 씨는 “법원은 ‘각하’ 결정문에서 처음으로 평등권에 기초해 성소수자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과 행복추구권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며 “사법부 또한 성소수자 인권신장 등 사회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동성혼 합법화가 불가능한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이 결정문을 바탕으로 동성혼 합법화와 관련해 다양한 접근과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사회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동성커플들을 향해 “벽장을 나와 소송의 당사자로서 함께해 달라. 소송이 많아질수록 동성혼 합법화 또한 가까운 미래로 다가올 것”이라고 당부했다. 

“50년 전에는 미국에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혼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불과 20년 전 한국에서는 동성동본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할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느 누구도 동성동본은 결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인종이 다르다고 동성동본이라고 결혼하지 못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런데, 2016년 대한민국 법원은 성별이 같으면 결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성별이 같은 사람도 결혼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중략)…그러나 우리들 모두 알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대한민국에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혼인신고가 반려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법원에서도 인정하지 않았었다’라고 회고하게 될 것”_김조광수 씨

그러나 결국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김조광수씨는 또다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김조광수 씨는 “저희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의무를 다하고 있다. 3년 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혼인의 의사를 밝히며 결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제도 밖으로 내몰려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울먹였다. 

김조광수 씨는 “사법부가 입법부에 떠넘기지 말고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며 “항고심에서는 반드시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성소수자들을 배제하는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소수자 가족구성원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이호림 활동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동운영위원장)는 “성소수자로서 이번 사법부 결정은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외면한 나쁜 결정”이라고 총평했다. 그는 “동성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왜 배우자의 수술동의서에 사인할 수 없고, 휴직 등의 신청을 할 수 없으며, 배우자 사망 시 장례를 주관할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을 강요하는 것이 사법부의 정의인가”라고 반문했다. 

출산가능성 없으면 차별해도 된다?…“정부가 동성혼 불허할 때마다 2배수 소송 제기할 것”

2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미디어스

서울서부지법(법원장 이태종)의 ‘각하’ 결정문 취지를 잘 뜯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소송을 대리 변호한 변호인단장 조숙현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헌법이나 민법 등 관련법에서 명문으로 혼인이 ‘남녀 간’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해주고 있다”며 “이는 동성혼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가족의 형태 또한 다양화되고 있고 시대적으로 이 같은 사정의 변화가 있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동성혼 합법화와 대만 동성혼 지지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 등 국제적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조숙현 변호사는 각하 결정문에서 우려되는 지점도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결정문은 혼인의 성립요건으로 "공동의 자녀 출산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대목은 정부가 동성혼을 불수리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숙현 변호사는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한 이성간 부부와 난임, 불임부부 또한 차별 취급받아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라면서 “소수자를 보호하는 건 사법부의 책무다. 이를 입법부에 전가하는 것은 스스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해 항고의 뜻을 밝혔다. 

류민희 변호사(공익법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동변호인단 간사)는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상속권을 보장받지 못해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난 동성부부의 사례를 많이 본다”며 “그런 점에서 법원의 ‘각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혼 합법화를 위해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가 불허된 새로운 동성부부들의 2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민희 변호사가 말하는 새로운 동성부부들 중에는 40대 후반 A씨(여)와 B씨(여)도 있다. 이들은 99년부터 18년 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레즈비언 커플로 양가 부모님의 허가를 받고 동거중이다. 이외에 30대 후반 C씨(남)와 D씨(남)의 사례도 있다. 이들은 2008년 만나 2010년부터 함께 살고 있으며 2013년에는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 친지들이 모인자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두 부부는 지난 4월 관악구청과 종로구청으로부터 혼인신고서가 불수리돼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 

류민희 변호사는 “정부가 동성부부의 혼인신고서를 불허할 때마다 두 배수로 소송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면 “동성부부의 결혼권은 중대한 차별의 문제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이들 부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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