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갑자기 호박이 넝쿨째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너져 가던 tvN 월화드라마를 기사회생시킨 <또 오해영>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흔적들;
운명적인 사랑, 막장적 요소마저 아름답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고등학교 동창인 동명이인 오해영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상대적인 평가에서 앞서서 예쁜 오해영과 그냥 오해영으로 나뉜 그들의 삶은 그렇게 모든 것을 규정돼버렸다. 교사에 의해 1, 2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렇게 정정이 된다고 한들 이미 거대한 거리가 존재하는 두 오해영이 바뀔 수는 없었다.

그냥 오해영이라고 불렸던 해영은 졸업하고 예쁜 오해영이라 불린 이와 헤어지며 삶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신도 모르게 주눅 들어야만 했던 해영은 그렇게 자신의 삶을 다시 찾았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그녀의 삶은 결혼식 전날 이별을 선고받으며 되돌이표처럼 과거로 돌아갔다.

해영은 알지 못하지만 자신의 삶에 발목을 잡은 것 역시 그 오해영 때문이었다. 그 오해영이 결혼식 날 식장에 등장하지 않고 사라지면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오해해 벌어진 복수극은 결국 억울한 해영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또 오해영'에게 당하기 시작한 해영은 다시 오해영과 마주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마라톤을 하던 사람들 중에 눈에 들어왔던 오해영이 바로 그 오해영이라는 점에서 당황했던 해영은, 그녀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TF 팀장으로 왔다는 사실이 황당하기만 하다. 고교 생활도 모자라 회사에서도 다시 오해영과 비교당하는 운명이 되었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마녀로 불리는 박 이사가 해영을 유독 괴롭힌 이유 역시 동생에게 상처를 입혔던 오해영과 동명이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당해야만 했던 해영은 학교만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그렇게 당하고 살아야 했다. 왜 그러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엄마에게 쫓겨나 이사한 집에서도 해영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그 옆방 사람이 다른 이도 아닌 도경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앞날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해영을 나락으로 몰아넣은 인물이 바로 도경이라는 것을 해영은 모른다. 원수나 다름없는 그 남자가 그저 호감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도경으로서도 해영은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생 자체가 꼬여버린 여자.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 상대가 바로 옆방으로 이사 왔다. 그것도 당황스럽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그녀의 모습이 끊임없이 도경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근미래를 보게 된 도경. 그에게 계속해서 출몰하는 인물은 해영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떨쳐내지 못한 도경은 억지로 막는다고 인연이 사라질 수 없음을 알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해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담아낸 <또 오해영>은 당연히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해영의 부모 방문에 이어, 도경의 어머니가 등장하며 서로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까지 모두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모르는 상대의 어머니들이 내지르는 목소리들은 그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가족들만의 은밀한 대화를 들려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해영을 더욱 당황스럽게 한 것은 편의점에서 산발한 여성과의 만남이다. 맥주를 빼앗아 가려는 여성이 다름 아닌 박 이사라는 사실에 놀란 해영. 그렇게 자신의 거주지를 숨긴 채 박 이사에 이끌려 그녀의 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역시 당혹스럽지만 재미있었다.

문제의 오해영이 누군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도경의 친구이자 모든 문제를 시작하게 만든 진상은, 수경의 부하 직원이라는 그녀와 인사를 하며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웃으며 인사하는 여자가 바로 해영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죄를 지은 자신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같은 집에서 살게 된 해영. 이 기묘한 동거는 그래서 불안하면서도 흥미롭다.

상처를 입고 살아왔기 때문에 타인의 상처를 감쌀 줄도 아는 해영은 어머니 문제로 속상해 나가는 도경과 함께한다. 그렇게 국수를 먹던 해영에게 도경은 "먹는 게 예쁘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이 중요하게 다가온 이유는 도경에게 해영은 차인 이유가 먹는 게 보기 싫어졌기 때문이라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고백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장난끼 많은 해영과 수경. 여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인 진상까지 하나가 되어 집으로 가던 길에, 사랑 하나만 가지고 사는 훈이와 안나의 애정 행각에 대한 담론을 벌이기 시작한다. 결국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던 그들은 그렇게 다투기 시작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무거워서 안나처럼 뛰어가 남자에게 안길 수 없다는 말에 발끈해 해영이도 마찬가지라는 말이 문제가 되었다. 승부사 기질이 살아난 해영은 자신은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퇴근해 돌아오는 도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녀를 외면하겠다는 생각도 했던 도경은 그렇게 아끼는 장비를 내던지고 날아오는 해영을 껴안았다.

<또 오해영>은 자칫하면 막장 중의 막장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을 망치게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 결혼식 날 나타나지 않고 도망친 여자가 다시 돌아와 구애를 펼치며 삼각관계가 구축되는 형식. 여기에 억울한 사기죄로 구속되었던 남자가 돌아와 이들의 관계에 끼어들게 된다는 형식은 막장이 될 수도 있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박해영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런 소재마저도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박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코믹함은 전작인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일상 속 유머에 모두 담겨 있다. 보다 성숙한 듯한 코믹함이 로맨틱 코미디의 가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으니 진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당시 환상적인 호흡을 맞췄던 예지원이 함께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에릭과 서현진 조합은 의외로 흥미롭게 잘 어우러지고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의 교집합은 기묘한 운명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그 지독한 운명을 서로가 개척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로코 특유의 재미를 모두 담고 있는 <또 오해영>은 꼭 봐야만 하는 흥겨운 드라마가 이미 되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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