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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테러방지법 먹잇감 될 것”필리버스터 참여 당선자 및 시민사회, 시행령 보류 촉구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5.02 11:59

박근혜 정부가 4·13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비판 여론을 받았던 ‘테러방지법’ 시행령을 마련, 법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정원의 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빠져있다.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야당 의원들 14명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독소조항을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2일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이자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14명의 야당 의원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6개 시민사회단체과 기자회견을 열어 테러방지법 시행령과 관련해 “폐기하거나 오는 5월 말에 구성될 20대 국회를 통한 국민들의 뜻을 미룰 수 있도록 연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입장문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영교, 신경민, 안민석, 오제세, 유승희, 이언주, 이학영, 진선미, 홍익표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 권은희, 주승용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필리버스터 참여 의원 및 6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입법 예고된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이 국정원이 정부부처는 물론 지자체까지 국가행정체계 전반을 주도하고 테러를 명분으로 민간시설에 군부대 투입을 허용하는 등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며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형식적인 ‘의견수렴’ 끝내고 테러방지법 그대로 시행?

지난 3월 2일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주는 대신 국민들의 사생활 등 과도한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던 테러방지법을 단독 강행처리했다. 일각에서 모법의 독소조항을 시행령을 통해 보완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헀으나,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4월 15일)은 독소조항은 그대로 둔 채 반대로 민간시설에 군부대 투입을 허용하는 등 새로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시행령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시민사회단체 및 야당 국회의원들은 ‘테러방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과 관련해 “테러대응을 명분으로 국정원의 권한은 더욱 확대한 반면, 이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물론 인권침해를 줄이기 위한 어떠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게다가 모법인 테러방지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도록 한 사항에 대해서도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포괄 위임하는 등 위헌적인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대테러센터 조직구성과 운영 센터장 규정 미비, △테러정보통합센터·대테러합동조사팀·지역대책테러협의회·공항/항만테러대책협의회 등 전담조직 직무범위 모호,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의 민간시설 투입 허용, △실질적 권한 없는 인권보호관 규정 등이다.

이들은 “모법을 보면 ‘대테러센터의 조직·정원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테러방지법 제6조제2항)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시행령에는 이 같은 사항을 전혀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테러대책위원회의 간사와 테러대책실무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대테러센터의 장의 경우, 국가 대테러활동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관계기관의 장에게 지원·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테러경보발령, 다중이용시설 및 국가 중요행사의 지정·협의할 수 있는 많은 권한을 부여돼 있지만 해당 조직의 구성·운영은 고사하고 대테러센터의 장이 누구인지 조차 규정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국정원이 테러정보통합센터, 대테러합동조사팀, 지역 테러대책협의회, 공항·항만 테러대책협의회 등 각종 테러관련 전담조직을 구성해 관계기관들을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며 “테러를 명분으로 활동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국정원에게 정부부처는 물론 시도 등 국가행정체계 전반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법에는 단지 ‘전담조직’이라는 문언 하나만 규정(제8조)됐을 뿐인데 이를 근거로 무려 10개의 전국적이고 세부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헌법상의 포괄위임금지원칙과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필리버스터 참여 의원 및 6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입법 예고된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이 국정원이 정부부처는 물론 지자체까지 국가행정체계 전반을 주도하고 테러를 명분으로 민간시설에 군부대 투입을 허용하는 등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며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들은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은 사실상 군사 작전부대라 할 수 있는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를 경찰청장 등 테러사건대책본부의 장의 요청만으로 민간시설에 투입을 허용하고 있으면서 이에 대해 민주적 통제장치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테러방지법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인권보호관의 활동을 통해 상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인권보호관에게는 대테러센터나 전담기구들의 인권침해 사항을 조사할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그 기능이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여당이 이 법을 만들었지만 그들 또한 먹잇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영선 사무총장은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는 테러방지법 시행령이 오는 6일까지 의견수렴을 통해 곧바로 6월 4일 발효되기 때문”이라며 “국정원이 20대 국회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이용해 적당히 넘어가려는 게 아닌가 싶다. 모법이 위헌적이기 때문에 시행령 또한 위헌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조영선 사무총장은 “한국사회에 테러가 존재하는가”라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모법에는 ‘전담기구를 둘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며 “그를 근거로 시행령에서는 지역협의회를 통해 10여개의 전담조직을 신설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 내용만 보더라도 업무 구별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이 사실상 전국적인 광범위로 퍼져 있는 지역조직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거나 퇴직 공무원들의 일자리 창출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조영선 사무총장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현재의 국정원은 조직과 인원, 업무내용, 재정 등 모든 것들이 통제되지 않는 조직”이라면서 “이 많은 조직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통제할 수 있겠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국정원이 수사권한을 가지면서 괴물이 됐다”며 “괴물은 당연히 여야, 보수-진보, 언론-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통제하고 감시할 것”이라며 “지금은 여당이 이 법을 만들었지만 그들 또한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래서 테러방지법은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테러방지법 시행을 보류하고 20대 국회에서 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조문 하나하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개선된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의 뜻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답답한 심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의견수렴을 통해 인권침해적이고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독소조항에 대해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무처장은 “문제가 많은 테러방지법안을 정부가 그대로 시행하는 건 중단돼야 한다”며 “그리고 20대 국회 개원 이후,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정의당 심상정 공동대표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테러방지법 시행령(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막을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노력해 줄 것과 나아가 제20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폐기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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