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우워우워’로 시작하는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는 한 시대를 풍미한 댄스곡이다. 그런가 하면 가수는 몰라도 한때는 나이트클럽에서, 세월이 지나서는 마트 등에서 마치 최신곡처럼 들리는 바나나걸의 <엉덩이> 또한 만만치 않은 댄스곡이라 할 수 있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 심혈을 기울인 댄스 100불 도전 특집에서는 이 두 곡과 잊혀졌던 이 노래들의 가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선 100불이라는 것은 10대부터 40대까지 각 세대별로 25명씩 구성된 방청객들이 모두 아는 노래라는 표시로 불이 켜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알만한 노래라는 것인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는 24년 그리고 바나나걸의 <엉덩이>는 10년 전 노래들로 10대나 20대는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두 곡 모두 100불에 성공했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그러나 100불의 성공여부는 이번 특집에 담긴 스토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우선 <너는 왜>라는 히트곡 한 곡만 남기고 홀연히 가요계에서 사라져버린 철이와 미애. 특히 미애의 스토리가 대단히 흥미로웠다. 당시에도 다른 여가수들과 상당히 다른 의상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던 미애는 MBC 무용단 출신이었다. 당시 춤을 왜 그렇게 잘 췄는지 납득이 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미애가 남긴 안무들이었다. DJ DOC를 대표하는 노래인 <런투유>의 그 유명한 안무를 만들었고, 김현정의 <멍> 안무 또한 그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훌륭한 솜씨를 가진 미애의 안무는 거기가 끝이었다.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갔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가요계와 멀어졌던 것이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히트 안무를 남겼을지 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는 없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그런가 하면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몰랐던 바나나걸 안수지의 등장은 미애에 대한 놀라움 그 이상이었다. 무대에 등장해서 부른 노래는 분명 익히 들었던 그 목소리가 맞는데 정작 본인은 처음 불러봤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안수지는 가사까지 본인이 직접 쓰고도 정작 녹음까지 다 해놓고는 잠적해버렸다고 한다.

그 노래를 작곡가가 또 신기하게도 당시 방송국 디제이를 하던 철이에게 가져왔고, 철이가 새롭게 리믹스한 버전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곡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바나나걸 아니 안수지가 불렀던 노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보통은 자기 노래를 녹음까지 마쳤다면 어떻게든 활동을 하고 인기를 얻으려고 필사적이어야 하는데, 안수지는 뭔가에 홀린 듯 자기 노래로부터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댄스곡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는 것이 이유였다.

안수지가 가진 비밀은 더 있었다. 안수지는 자신이 방송 무대는 데뷔나 다름없다고 했다.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가수로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안수지는 아가라는 이름으로 방송 리포터를 해왔다. 그런가 하면 바나나걸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불렀던 경험이 있는데, 그 노래가 또 하필 드라마 <청춘의 덫> OST였다. 그뿐 아니었다. 바나나걸로부터 도망쳐 재즈가수로 활동할 때는 아가싱즈라는 이름이었고, 작사가로서는 수지 그리고 청춘의 덫 OST를 부른 이름은 지수였다. 엉덩이의 인지도에 편승해 살 수도 있었겠지만 안수지는 자기 히트곡을 두고 괜한 고생을 사서 해온 것이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연예인이라는 것이 분명 좀 색다른 직업이어서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슈가맨이 세상에 알린 안수지라는 가수는 단언컨대 겹치는 캐릭터가 없는, 완전히 새롭고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연예인 캐릭터인 안수지를 찾아낸 것은 슈가맨이 써먹을 아이템이 한정적이라 생각했던 편견을 깨는 놀라운 한 수였다.

철이와 미애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획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안수지라는 가수를 알게 된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그런 안수지의 노래를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아이오아이가 부른 것도 상큼한 반전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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