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화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부정입학 의혹'이지만 TV조선 정치시사토크쇼로 가면 ‘금수저라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시기의 서사가 된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를 감싸기에만 바쁜 TV조선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조중동과 지상파 등 방송뉴스들은 감싸지는 못했으나 침묵했다. 4·13 총선 관련 보도가 얼마나 ‘친여’로 편향돼 있는지, 이것만 봐도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지난 24일 17차 주간 보고서를 발표하고 △종편 시사토크쇼의 나경원 딸 부정입학 의혹 감싸기, △조중동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에 ‘친노·운동권’ 덧씌우기, △지상파 등 방송뉴스의 나경원 의혹 보도 전무 등 ‘친여’ 편향 보도 등을 비판했다. 이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TV조선 <신통방통>, <시사탱크>, <시사Q>, <이슈해결사 박대장>, 채널A <쾌도난마>, <시사인사이드>, <뉴스스테이션>, <돌직구쇼>, MBN <뉴스와이드>, YTN <시사탕탕>, 연합뉴스TV <담담타타>에 대한 모니터 결과다.

TV조선, “뉴스타파 의혹…억지로 맞춘 듯” 결론

이 가운데, TV조선의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보도 비판이 눈에 띈다.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은 지난 18일 ‘나경원 금수저는 괴로워?’ 제목으로 시사평론을 진행하면서 의혹을 축소해 감싸기에 앞장섰다. 프로그램 진행자 박은주 씨는 이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에 대해 “억지로 짜맞춘 듯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진행자 장원준 씨도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이라는 나경원 의원 말이 먹먹하다”고 발언했다.

3월 18일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 캡처

박은주 씨는 “부정입학을 없던 전형까지 만들어서 할 정도라면, (MR)테이프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겠나?”라며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비판을 유도했다. 출연자 김대오 씨는 “일반인들 같은 경우에 MR없이 연주를 해야하지만 장애인 부분에 대해 배려를 해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딸이 신분을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 장애가 있기 때문에 긴장을 하면 어머니나 신분에 대해 밝히는 경향이 있다는 해명을 했다”고 말해 나경원 의원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대오씨는 이런 근거로 “일반인 전형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특혜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출연자 박지훈 씨도 “(딸 김씨의)지적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말 흥분된 상태 긴장된 상태에서 노출된 것인지 아니면 부정을 위해 노출한 것인지 면밀히 따져야 할 것 같다”면서 “‘MR이 없어서 못한다’는 것은 부정으로 보기 어렵다. 멀쩡한 사람도 아니고 힘들다하면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게 맞다”고 감쌌다. 여기서 ‘멀쩡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장애인을 비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TV조선은 성신여대 이병우 교수(당시 심사위원장)가 나경원 의원 딸의 입학 이후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폐회식 예술감독직을 맡은 것에 대해서도 옹호로 일관했다. 진행을 맡은 박은주 씨는 “이 사람(이병우) 정말 비싼 사람인데, 이 양반이 거기를 갔으면 도와줬다, 자원봉사 하는 구나 생각했는데, 이게 특혜로 되는 건 조금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대오 씨 또한 “충분히 맡을 자질이 있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에 대해 “비장애인 지원자들의 경쟁에서가 아니라 장애인 지원자들과의 경쟁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 지원자의 준비 소홀로 면접이 불가해진 상황에서 학교 측이 특혜를 준 것이나, 다른 지원자라면 허용되지 않았을 부모님 신분 노출, 면접 준비 미숙, 면접시간 초과를 어떻게 ‘특혜’가 아니라 ‘배려’로 해석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 “종편의 여야 인사 자녀 특혜 의혹보도 이중잣대”

TV조선 등 종편의 야권 인사에 대한 유사한 특혜 의혹 보도와 형평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총선보도감시연대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의 ‘시집 강매 논란’을 보도했다”며 “그러자 종편들은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 일제히 보도를 받아 3일간 해당 이슈를 다루며 비난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 딸 취업 청탁 의혹과 신기남 의원 아들 로스쿨 개입 의혹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경원 의원과 다른 의원의 차이는 무엇이냐. TV조선 등 종편은 여야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 잣대에 대해 반드시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 딸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서는 주류 언론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레는 지난 23일 <‘나경원 딸 입학비리’ 의혹에 주류언론들 침묵> 기사를 통해 “지난 18일~21일 사이 한겨레를 제외하고 종합일간지 어느 곳에도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며 “유력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이 나왔는데 전혀 보도가 되지 않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지상파 등 방송뉴스 또한 관련 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