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결국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대해 “정치보복”, “정의가 짓밟혔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경선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언급하면서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에 대해 ‘비박연대’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23일 밤 10시 50분 기자회견을 열어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 도한 국민들”이라면서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앞서 공천관리위원회를 열었지만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내일(24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 등록기간(24~25일)에는 탈당을 하더라도 후보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사실상 당 차원에서 유승민 의원의 탈당을 종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의원은 “개인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지웠고, 원망도 버렸다”며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천에 대해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면서 “상식과 원칙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끄럽고 시대착오적 정치보복”이라고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어, “정의가 짓밟힌데 대해 분노한다”고도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선택한 것은 새누리당에 몸담은 지 16년만 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어느 위치에 있건 당을 위해 온 몸을 던졌다”며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이한구 위원장 등)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에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등 제가 추구하는 노선이 옳았다는 근거가 있다. 결국, 정체성 시비는 당 개혁의 뜻을 함께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의 공천에는 애당초 ‘진박’과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다”며 “국민 앞에 부끄럽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다시 한 번, <대한민국헌법> 1조 2항의 의미를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은 “권력이 저를 버려도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 또한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결코 멈추지 않겠다.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끝으로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 하겠다”며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 생각하면 제 가슴 미어진다. 이분들은 우리 당을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헌신한 분들이다.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가서 보수 개혁 꿈 꼭 이루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천에서 탈락 ‘친이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주호영 의원 역시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이를 들어‘비박연대’ 또는 무소속 연대가 현실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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