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가 된 ‘자막’은 이제 재미를 더해주는 필수적인 장치로 인식된다. 이제는 예능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지나친 오남용은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언어특별위원회(특별위원장 손석기)는 8일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자막 사용 실태를 통한 방송자막 수용 변화 조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 코너와 MBC <무한도전>, tvN <꽃보다 청춘> ‘ICELAND’ 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료=방통심의위)

MBC <무한도전>의 경우 방송 내용 중 평균 2.97초 당 1개 꼴로 자막(80분 방송 중 1616개)이 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은 3.35초 당 1개(80분 방송 중 1433개), tvN <꽃보다 청춘> ‘ICELAND’ 편은 3.93초당 1개 꼴(90분 방송 중 1372개)의 자막을 화면에 노출했다. TV 프로그램별 자막 유형에는 다소 차이가 났다. MBC <무한도전>과 tvN <꽃보다 청춘> ‘ICELAMD’ 편은 ‘출연자 대사 그대로 받아쓰기’와 ‘상황 설명 및 규정’ 자막 유형이 유사하게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반면,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상황 설명 및 규정’ 유형이 높은 비율로 활용됐다.

방송사들의 자막 사용은 ‘프로그램의 장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다. KBS 1TV <역사저널 그날>은 8.19초 당 1개(50분 방송 중 366개)의 자막이 노출돼 동 방송사의 연예오락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3.35초 당 1개)과는 차이가 있었다.

MBC '무한도전' 자막 패러디. 무한도전은 방통심의위에서 '품위유지'로 제재받자, 이를 패러디해 자막으로 넣은 바 있다.

방송언어특별위원회는 “이제 TV에서 자막은 제작의 중요한 수단이 됐다”며 “최근 자막이 빈번하게 노출되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자막의 중요성과 그 수용 변화를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막의 사용이 유행에 따른 일시적인 트렌드일 수도 있으나, 자막을 즐기는 세대와 세태가 등장한 현실을 인정해야 할 단계에 온 만큼 자막의 폐해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을 탈피하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언어특별위원회는 “일부 오락성 프로그램에서는 재미를 위해 어문 규정을 그대로 준수하지 않고 자막을 다소 애교스럽게 필기체 형식으로 변형시켜 방송하는 경우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관대하게 수용하는 경향”이라면서 “그렇다고 모든 장르에서 이런 변형을 시도한다든지 지나치게 무질서하게 자막을 오남용하는 경우는 경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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