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씨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두고 “인륜·천륜을 저버리는 비열한 정치”라고 표현한 채널A가 ‘중징계’를 받았다. 심의위원들은 “김홍걸 씨를 ‘금치산자’, ‘미성년자’로 만들어버렸다”고 성토했다. 이병남 심의위원은 해당 발언이 나온 <쾌도난마>에 대해 “토론프로그램이 아니라 비난프로그램”이라고 비난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 이하 선거방송심의위)는 7일 회의에서 채널A <쾌도난마>(1월 26일)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서 채널A는 김홍걸 씨의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관련해 △더불어 민주당이 정략(DJ 정통성)적으로 이용하려 작업했다(이은우 진행자), △문재인 전 대표가 입장을 반대하는 이희호 여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진행자), △더불어민주당이 인륜·천륜에 어긋난 비열한 정치를 했다(출연자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고 표현했다. 또, 김홍걸 씨 개인에 대해서도 △최규선 게이트 의혹에 넘어간 황태자, △호화스러운 유학생활(주택과 차량 등), △불우한 성장과정 등을 거론하면서 성격에 문제있다는 등 특정 당과 김홍걸 씨에 대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1월 26일 채널A '쾌도난마'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8조(객관성) 제1항 “방송은 선거에 관련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다루어야 한다”와 제12조(사실보도) 제3항 “방송은 선거와 관련한 보도에서 감정 또는 편견이 개입된 용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민원에 따른 심의였다.

채널A 김정훈 부본부장, “윤영걸은 중립적 패널…강한 비판 정도로 생각”

이날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채널A 김정훈 보도부본부장은 문제가 된 <쾌도난마> 방송과 관련해 “이희호 여사가 김홍걸 씨 입당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당일 아침에 문재인 전 대표와 주변 측근 인사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다는 것은 권노갑 전 의원을 통해 취재했고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에 확인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권노갑 전 의원에게 들었고 박광온 의원에게 재차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김정훈 부본부장은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의 ‘이희호 여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입당시킨 것은 인륜에 어긋난 정치’, ‘저열하고 수준 낮은 정치’라는 표현이 감정적이고 편견, 비하라는 민원”이라면서 “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의 정통성을 이어받는 정치행위라고 봤을 때 과거 왕조시대에나 있을 발상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취지의 발언”이라고 두둔했다.

김정훈 부본부장은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와 관련해 “비교적 중립적 성향이라고 평가를 해왔던 분”이라면서 “(인륜에 어긋난 정치라는 표현 등은)강한 비판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영걸 전 대표의 종편에서의 발언은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관련해 “오빠들이 많다”며 “김종인 위원장도 오빠고, 정운찬 전 총리도 오빠고, 다 많은 오빠들을 주저앉히는 역할을 했다”는 등 반인권적인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해서는 “자기네 이익을 위해 일부러 노약자와 여자,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서 이슈를 집중시켰다”는 등의 폄훼선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논란 당시에도 윤영걸 씨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문제 삼으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대해 “저분이 정말 대권주자로서 자격이 있는가 생각을 하게 된다”는 등 야권 폄훼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정훈 부본부장은 또한 김홍걸 씨에 대한 ‘인신공격성 자막’과 관련해서도 “성장과정에서 아버지가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안타까움이 있었다”라고 해명한 뒤, “김홍걸 씨의 비리 연루 사실은 검증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방적으로 인신공격을 할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들, “인륜정치?…나이 50먹은 김홍걸 씨가 금치산자·미성년자인가”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위는 채널A가 △<쾌도난마> 뿐 아니라, 다수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반복해 관련 내용을 적시했고, △새누리당 입당자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한 것과 반해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김홍걸 씨에 대한 과도한 명예훼손을 침해하는 내용이 그 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해주 부위원장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종편 출연자였던 4분의 변호사들의 새누리당 입당자에 대해서는 똑같은 잣대를 가지고 보도하지 않았다”며 “(반대로)종편 출연 변호사들에 대해선 우호적인 평가만 했다. 검증을 하려면 똑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채널A 김정훈 부본부장은 “종편 패널들은 같이 출연한 분들이라 그랬는지 격려성 발언들이 나왔던 것 같다.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김상균 심의위원은 “김홍걸 씨를 마치 금치산자, 미성년자처럼 해설하고 있다”며 “노모가 걱정한다고 쉰 다섯이나 먹은 어른이 자기 판단이 없었겠느냐”고 반박했다. 심영섭 심의위원 또한 “채널A 방송만 보면 김홍걸 씨는 금치산자와 다름없다”면서 “스스로의 능력도 없이 말이다. 보수성향이라고 하더라도 ‘카더라’ 뉴스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상혁 심의위원은 채널A의 자막을 문제로 삼았다. 그는 “‘뇌물수수혐의 기소’, ‘36억’, ‘유학 중 최규선과 호화생화’, ‘최규선 게이트에 넘어간 황태자’, ‘6만달러 의혹’, ‘DJ꾸지람 들은 막내’ 등 이런 것들을 합치면 김홍걸 씨는 금치산자”라면서 “어렸을 때에도 커서도 문제라는 것 아니냐. 시청자들이 방송내용 전체가 아니라 자막에 주목한다고 봤을 때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남 심의위원은 채널A <쾌도난마>와 관련해 “토론이라는 개념정의가 왜곡될까봐 우려된다”며 “토론이라는 건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근거를 가지고 의견 충돌이 된다면 이야기하면서 맞춰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건 비판도 아닌 비난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해야 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희호 여사의 ‘우리 아들 끌어들이지 말라’라고 했는데, 이는 취재과정이 분명치 않다”며 “김홍걸 씨는 나이 50이 넘었다. 개인의 정당 선택에 대해 부모를 언급하며 천륜을 문제삼는 것은 그 자체로 침소봉대”라고 비판했다.

최대권 위원장 또한 “채널A에 통제메커니즘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술자리에서나 나올만한 가십이 걸러지지 않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선거방송심의위 심의위원들은 채널A <쾌도난마> 보도에 대해 방송사 재승인시 감점대상이 되는 법정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주의’(벌점1점, 박흥식·강신업)와 ‘경고’(벌점2점, 조해주·김상균·한상혁·심영섭·이병남)등 제재수위에 대한 의견이 갈린 가운데, 다수결에 따라 ‘경고’로 의결됐)다. 최대권 위원장은 의견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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