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BC라고들 한다. 중앙에서 시작된 위기는 지역MBC로 전이되고 있다. MBC본사가 지역사에 ‘공동상무제’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MBC본사가 지역사들에 대한 권한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자율경영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본사는 임기가 끝나는 지역MBC 5개사 사장들을 유임시켰다. 그리고 MBC노사 간 갈등의 단초가 된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업무복귀 명령이 지역MBC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일련의 흐름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MBC는 지난 2일부터 이틀 동안 2016년 지역MBC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MBC관계회사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 결과, 임기가 끝난 MBC경남 황용구 사장과 청주·충주MBC 이용석 사장, 울산MBC 윤길용 사장, 포항MBC 이우철 사장, 여수MBC 윤영욱 사장이 재선임 됐다. 교체된 곳은 단 2곳 춘천MBC 송재우 사장(현 사장 이우용), 안동MBC 안택호 사장(현 사장 김상철) 뿐이다.

지역사 노동조합들이 ‘자율경영 훼손’이라며 반대해왔던 ‘공동상무’ 선임도 그대로 밀어붙였다. 본사는 대구-안동-포항MBC 상무이사와 광주-목포-여수MBC 상무이사로 각각 이종현 씨와 정성채 씨를 선임했다.

#1. 안광한 사장의 5개사 지역MBC 사장들에 대한 ‘재선임’

<MBC관계회사 임원 인사> 중 주목되는 부분은 안광한 사장 체제에 의해 지역MBC 사장들이 ‘대거’ 재선임이 됐다는 점이다. 지역MBC 사장 선임의 전권은 사실상 본사 사장이 쥐고 있다.

이번 임원인사와 관련해 본사의 구성원들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언론노조 지역MBC지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MBC 사장 임기(3년)가 끝나면 교체돼 왔던 게 사실”이라며 “‘경영을 잘했다’라고 평가받으면 그 사람은 다른 지역사로 가거나 본사로 가거나 해왔다. 이번처럼 집단적으로 재선임 해준 것은 MBC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한 관계자는 교체명단에 오른 춘천MBC 이우용 사장에 대해 “경질이 아니다. 본사에서 한 자리 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안광한 사장이 불러들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동MBC 김상철 사장에 대해서는 “구성원들과 불화가 심했다. 김상철 사장 개인적으로 결격 사유가 많아서 이미 교체가 예상돼 왔던 인물”이라면서 “사실상 안광한 사장의 이번 인사는 스테이(유지)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간다. 제일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MBC 안광한 사장의 ‘인재풀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측근들만 요직에 앉히다보니 회전문 인사를 거듭하고 있고,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어 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안광한 사장 체제에서 ‘인사’란 끊임없는 재활용”이라면서 “쓸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같은 인사가 지역MBC 사장으로서 지역성과 공공성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던가”라고 반문했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지역사들의 자율경영은 더욱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3일 언론노조 지역MBC지부들은 공동성명을 내어 “이번에 재선임된 지역사 사장들에 대한 지역 구성원들의 평가는 최악”이라면서 “일례로 지난해 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역사 사장의 자율경영 실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은 낙제점인 ‘양’과 ‘가’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인사가 지역 구성원들의 평가를 외면하고, 서울만 바라보는 보신경영에 대해 보답한 것이라고 평가 절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충성도 평가를 통과해 낙점을 받은 사장들은 앞으로 한 차원 높은 충성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2. MBC본사의 ‘공동상무제’ 밀어붙이기

MBC본사의 지역MBC에 대한 ‘공동상무제’ 확대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지역MBC 중 상무이사를 두고 있던 지역은 부산과 경남, 강릉-삼척뿐이었다. MBC는 지난해 상무제를 확대하려고 했으나 지역사 구성원들의 반발과 방송문화진흥회의 반대로 철회된 바 있다. 그렇지만 2016년에는 달랐다. 임원이 교체된 방문진에서 본사의 상무제 안을 사실상 용인해줬다.

하지만 ‘공동상무제’는 지역MBC 자율경영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크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본사의 지역사 사장 선임과정에서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만이 많았다. MBC 사장이 ‘보은’격으로 입맞에 맞는 인사들을 골라 지역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그 같은 상황에서 다시 본사에서 ‘상무’를 지역으로 내려 보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본사의 지역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런데, MBC 사측은 ‘공동상무제’와 관련해 3일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지역MBC의 독립경영과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링크)했다. MBC광역화 효율적 추진과 UHD방송 등 차세대 방송서비스 선도를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MBC는 또한 ‘공동상무제’가 “MBC에 대한 방통위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재허가 조건 부과 당시 최고 75%에 달하던 본사 임원의 지역MBC 이사 겸직 비율을 60% 이하로 낮춰 독립적인 책임경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역MBC 구성원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공동상무제는 오래전부터 지역MBC의 자율경영을 훼손해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언론노조 MBC지부들은 4일 곧바로 <자율경영 말살하는 공동상무 선임 철회하라>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말장난 하지 말라”며 “임원의 지역사 비상임 이사 겸직 비율을 75%에서 60%로 낮추더라도 독립 경영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과 경남, 강원영동에 지역출신 상무가 있지만 그래봐야 지역2에 서울3으로, 무조건 서울 뜻대로 된다. 지역 자율 경영하라면서 왜 서울 사람을 인선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결국, MBC의 ‘공동상무제’는 방통위에서도 논란이 됐다. 4일 전체회의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은 “2013년 MBC 재허가 당시 첫 번째 조건이 ‘지역MBC에 대한 독립경영 방안’이었다”면서 “그런데, MBC가 일부 지역사를 대상으로 공동 상임이사제를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해 ‘지역방송사들의 독립성 저해로 방통위 재허가 조건 위반된다’는 지적 때문에 허가가 안 됐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재허가 조건 위반 여부를 판단해 봐야 한다”며 “(위반이 된다면)시정명령 여부를 검토해서 안건으로 논의를 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관련기사 : 방통위, ‘MBC 공동상무제’ 재허가조건 위반 따진다)

#3. 지역MBC 내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업무복귀’ 명령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역MBC 경영진들이 노조전임자들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다.(▷관련기사 : MBC의 지속되는 ‘노조 압박’, 지역사 전임자에도 ‘복귀 명령’) 본사에서 벌어진 일이 그대로 지역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로 인해 현재 17개 지역MBC 중 부산MBC와 광주MBC, 여수MBC, 원주MBC, 춘천MBC, 청주MBC, 대전MBC, 전주MBC, 안동MBC지부(9개 지역)의 노조 전임자들은 업무에 복귀한 상태다.

언론노조 MBC지부 한 관계자는 “청주MBC 이태문 지부장의 경우, MD(편성국에서 방송이 잘 나가는지 체크하는 업무)로 업무를 복귀하게 돼 사실상 노조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활동을 위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등 조율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는 홀로 근무를 하게 돼 상황도 복잡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역MBC 경영진들은 노조 전임자들에 대해 ‘단협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MBC 지부 관계자는 “괴롭히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MBC본사가 노조와의 단협 과정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그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MBC는 노무사 한명을 추가로 채용해 ‘관계회사국’에 배치했다. 그 결과가 지역사에 대한 노조 전임자 복귀명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현재 MBC노사는 ‘노조 전임자’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의 경우, 개인 연차휴가를 소진하며 조합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MBC 사측의 ‘무급 전임자 발령’과 ‘안식년 휴직 신청’ 모두 거부하면서 다음 주(11일) 업무를 복귀해야할 상황에 놓여 있다. 사실상 노동조합 활동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역MBC에서 벌어진 ‘사장 재선임’, ‘공동상무제 실시’, ‘노조 전임자 업무복귀 명령’은 안광한 사장과 떼어 놓고는 설명이 불가하다. 그리고, 결과는 MBC본사의 지역MBC에 대한 장악력 확대와 노동조합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MBC 사장들은 다시 일자리를 준 안광한 사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MBC에서 벌어진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업무복귀’ 명령은 안광한 사장이 지역사들에 대한 장악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연, ‘지역MBC 독립경영’을 이야기해왔던 방통위가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을지 두고 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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