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정상환 변호사(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의 상임 인권위원 선출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가인권위의 독립성 여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시민사회는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심사를 맡고 있는 ICC에 이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인권단체들)은 3일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이 지난달 22일 정상환 변호사를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지명한 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며 “그동안 정상환 후보가 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기된 시민사회 참여와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선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일 뿐 아니라, 여성할당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해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관련기사 : 새누리 인권위원 후보 남성 추천, 법 위반 논란)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 처리를 마친 후, 3일 새벽 임시 본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정상환) 선출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만 참석한 가운데, 145표(93.5% 찬성률)를 얻었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상환 국가인권회 인권위원 선출안이 새누리당 의원 155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결' 145표(부결 10표)로 처리됐다. (자료=국회방송 캡처)

인권단체들은 “새누리당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권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그 결과, 인권위는 정부에 의한 인권침해 정책과 법 집행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인권위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구속 연행, △민중총궐기 집회 과정에서 물대포에 의해 의식을 잃은 백남기 씨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아 논란이 돼 왔다. 인권위가 독립적으로 구성 운영되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가인권위가 테러방지법에 대해 입장표명하지 않은 것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국회에서 인권침해가 분명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기까지 인권위는 어떠한 의견표명이나 정책권고도 하지 않았다”며 “인권위원장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들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표명을 요구했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은 2일 <[단독]“인권 침해 소지 크다” 전문가 의견 내도 ‘묵묵부답’···테러방지법에 눈귀 막은 인권위> 기사(▷링크)를 통해 “지난달 24일 인권위 실무자들과 외부 자문교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보인권정책기획단 회의(자문기구)에서 테러방지법도 다뤄졌다”며 “일부 외부 자문교수들은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안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반대 권고안 결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렇지만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테러방지법은 그동안 숱한 ‘인권침해’ 논란에 시달렸다. 국가인권위 또한 2003년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테러방지법 처리가 실질적으로 처리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가 침묵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결국 새누리당이 절차적 민주주의도 지키지 않고, 인권위법에 어긋난 정상환 후보자를 지명하고 단독 선출한 것은 인권위가 정부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하게 만들기 위한 것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라면서 “5월에 있을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이하 ICC)에서 권고한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한 것임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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