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임금피크제’로 갈등을 빚었던 CBS에서 결국 새로운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새로 만들어진 CBS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도 때문에 새로운 노조건설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면서 공동체정신 회복을 강조했다. 또, “CBS 존재이유와 목적에 어긋난 어떠한 정책도 배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CBS노동조합(위원장 양승진)은 지난 2일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가 있는 상황이지만 현안에 대한 이견으로 새로운 노동조합이 출범하게 됐다. CBS노동조합은 이미 지난달 19일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양승진 전 매체정책부장을 위원장으로 선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 ‘CBS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발부받은 상태다.

CBS노동조합 홈페이지

CBS노동조합의 출범은 <임금 협정 및 제도개선 노사합의서>에 대한 의견충돌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말 CBS 노사는 ‘임금피크 다운사이징 지급률’을 만55세 90%를 시작으로 만56세 90%, 만57세 80%, 만58세 60%, 만59세 50%(유급 안식월), 만60세 20%(유급안식년), 총 지급률 390%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노사 협상 직후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이 되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가 내부에서 나왔다. 당장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된 구성원들은 'CBS 시니어 그룹'을 자처하며 기명성명 등을 통해 △회사의 공식 사과 및 경영본부장 문책, △새로운 수정안 마련 전 간담회 및 토론회·공청회 등을 통한 대상자들 의견 수렴, △제도개선과 관련해 평가제 도입 등 인센티브 지급방안, △다운사이징 감액률 등 전면적 재검토 등을 촉구했다. 이후 상황에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자 이들은 노동조합을 직접 만들게 됐다.

CBS노동조합은 2일 <우리는 왜 새로운 노동조합을 만드는가> 성명(▷링크)을 통해 “살인적 감액율이 분노를 폭발시켰지만 더더욱 참기 어려웠던 것은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노사 양측 어디에서도 신중함이나 고뇌를 엿볼 수 없었다는 점”이라면서 노조설립의 이유를 밝혔다.

CBS노동조합은 “우려스러운 일은 사측이 늦어도 오는 5월까지 제도개선안을 어떻게든 마무리 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는 직능단체별 간담회 등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 기존의 노사합의안을 적당히 손질해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기존 노조집행부 역시 전면 재검토는 백지화와 다름없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여전히 시니어들을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CBS노동조합은 “우리는 스스로의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만 새로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노조 설립의 궁극적 목적은 훼손되고 무너진 CBS 공동체정신의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운사이징 임금피크제도 때문에 새로운 노조건설이라는 법률적 권리확보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면서 △표준FM의 채널정책 변화, △뉴미디어정책들의 실종, △마구잡이 인력수급, △객관적 시장조사와 검토 없이 뛰어든 영화 사업, △송신소 개발 사업 등에 대해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CBS노동조합은 이 중에서도 ‘송신소 개발 사업’과 관련해 “실패했을 때 떠안게 될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암울한 부동산 시장에 올인 하는 것도 위험천만하지만 사업추진 양상이 지금까지 회사가 해온 일 처리 방식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폐쇄적인 미래전략실이 생기면서 사장 이외에 어떠한 부서도 진행과정의 적절성과 합리성, 위험성을 스크린하거나 제어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CBS노동조합은 “우리는 CBS 존재이유와 목적에 어긋난 어떠한 정책도 배격할 것”이라면서 “또한 CBS의 미래정책을 대안으로 내놓는 정책노조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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