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개월 간 기약 없이 방송이 미뤄졌던 KBS 대기획 <훈장>이 우여곡절 끝에 2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 2일 밤 10시에 KBS 1TV에서 방송되는 <훈장>

KBS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1TV에서 <훈장>이 방송된다고 밝혔다. KBS는 “국가를 위해 공적을 세운 국민에게 국가가 주는 최고의 영예인 훈장은 마땅히 받을 만한 사람에게 주어졌을까”라며 “70~80년대 무수히 터져 나왔던 간첩 사건들의 수사관들이 이제 무죄가 된 사건들을 근거로 다양한 훈·포장들을 받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고 전했다. (KBS <훈장> 미리보기 영상 바로가기)

KBS 탐사보도팀은 간첩으로 지목받았던 피해 당사자들,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수사관들을 직접 만나 어떤 일이 있었고 훈장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또한 간첩 검거 공로를 근거로 한 훈·포장이 급증한 시기가 언제이고 그 배경은 무엇인지 등도 함께 분석했다.

KBS 탐사보도팀은 정부가 일부를 삭제한 채 공개한 66만 건의 훈·포장 자료뿐 아니라 다양한 취재를 통해 확보한 최근 훈·포장 6만 건까지 총 72만 건을 전수조사한 내용을 국내 언론사 최초로 방송할 예정이다.

KBS 탐사보도팀은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진행하는 등 2년 넘게 <훈장> 2부작을 기획, 취재해 왔으나 메르스 사태 이후 방송 날짜 미확정 상태 지속,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다룬 2부 <친일과 훈장> 원고의 1/3를 삭제하라는 등 사측의 ‘이례적인’ 데스킹 지시 등으로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다. 소송을 통해 공개된 훈·포장 기록을 토대로 한 방송 내용은 노컷뉴스, JTBC 등에서 먼저 보도된 바 있다.

사전심의 수차례, 방송일까지 내레이션 수정, ‘친일’ 내용은 대기중… 계속되는 수난

8개월 간 방송이 미뤄져 온 <훈장>이 비로소 방송되지만, 지난달 29일 편성이 확정되고 2일 방송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2일 <훈장> 방송분은 원고와 테잎에 대한 사전심의가 수차례 이루어졌고, 제작은 지난주에 모두 마쳤지만 방송 당일까지 내레이션 수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첩사건 관련해 등장하는 고문 내용이 잔혹하다는 이유로 ‘15세 이용가’ 연령고지가 들어가기도 했다.

친일 관련 행적을 지닌 사람들에게 훈·포장을 가장 많이 수여했던 시기로 지목되는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다룬 2부 <친일과 훈장>은 여전히 방송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KBS 사측은 “친일 관련 내용은 재취재 지시를 해 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방송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오늘 방송분에 ‘1부’라는 표시가 따로 되어 있지 않고 단지 ‘훈장’으로만 나가는 것을 보았을 때 2부 내용은 끝내 방송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제작진 역시 ‘훈장’이라는 제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프로그램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해 재고할 것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부의 경우, 데스크와 제작진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대기중’이었던 지난해 10월 상황에서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 기시 노부스케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포함해 제작 내용의 1/3을 삭제하라고 했던 데스크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제작진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상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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