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프리미어12 첫 개막경기 이후 월요일까지, 많은 포털과 야구팬들의 관심은 ‘오타니 쇼헤이’였습니다. 대표팀이 꼼짝하지 못했던 빠른 속구와 과감한 승부들, 6회까지 한 점도 뽑지 못하고 그의 투구를 지켜봤죠. 일본에서도 투타겸업을 선언한 초대형 신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 같은 대형 신인의-2013년이 데뷔니깐 아직 신인급이라 해도 되겠죠?- 등장으로 대표팀까지 이 열기를 이어온 일본. 물론 일본에서 우리 이대호 선수나 오승환 선수, 또 우리나라에서 정상급 투구를 보여줬던 밴덴헐크 등이 활약하고 있죠. 하지만 고교야구부터 주목받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이어진, 또 그들의 국내 리그의 선전에 이어 해외진출까지의 구조를 보면, 우리보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리그의 힘을 볼 수 있어 부럽기도 합니다.

▲ 프리미어12 개막전 승리투수 오타니 쇼헤이, 고시엔에선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연합뉴스
오타니에 대한 관심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지금 우리에게 이 같은 대형 스타가 없다는 부분이 분명 크게 자리하는데요. 이 겨울, 우리 KBO리그를 풍성하게 만들어줬던 또 한 명의 대형 스타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아쉽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미 홈런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대호에 이어 우리에게 홈런의 매력을 보여줬던 박병호, 그가 이번 가을야구를 끝으로 KBO리그를 떠나죠. 올 겨울부터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볼 듯한데요.

2012년부터 꾸준한 홈런왕으로 리그를 대표했던 박병호.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새 시즌을 기다리며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은 KBO리그에게는 쉽지 않은 요소로 여겨지는데요. KBO로선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는 대표 스타들의 해외진출, 스타의 빈자리엔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가 덤으로 따라옵니다.

▲ 박병호와 국내 선수들이 함께 뛰는 모습은 프리미어12 이후 당분간 보기 힘들겠죠? ⓒ연합뉴스
우리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특히 빅리그로의 진출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하며 우리 리그의 또 다른 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진출의 뒤편에 우리 야구의 내일을 위한 준비나 대안은 부족하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찾아드는데요.

오타니의 투구는 그런 우리의 불안은 매우 현실적인 가치로 보여준 단적인 사례일지 모릅니다. 단순한 1패보다, 그런 야구의 내일을 만들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 KBO리그의 화려함 뒤에 여러 가지로 부족한 고교야구의 상황. 스타 선수들의 해외진출로 인한 환호와 화려함 사이, 미래를 위한 준비는 없다는 걱정이 지금 이 겨울 어쩌면 우리 야구에, 특히 KBO에겐 서글픈 내일을 예고하는 것 아닐까요?

자칫하면 6시 반의 야구보다 아침 8시의 야구가 더 익숙해지는 건 아닐지. 2016년의 ‘우리 야구’는 뭔가 묘해질 듯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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