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에서의 첫 정식 야구는 쿠바와의 평가전이었습니다. 프리미어12를 준비하는 우리 대표팀은 지난밤 기분 좋은 완봉 승리를 거뒀고, 오늘 두 번째 경기를 치릅니다.

국내 최초의 돔구장. 여러 문제와 논란도 있었지만 그 낯선 풍경은 분명 야구팬들의 눈길을 끄는데요. 일본이나 메이저리그에서나 보던 지붕 있는 야구장의 모습에서 색다름이 느껴집니다. - 그러나 추진 과정부터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 주변여건부터 프로구단의 운영까지 앞으로도 걱정은 많습니다.-

▲ 많은 야구인들의 축하와 함께 개장한 서울 고척 스카이돔.
돔구장이라는 걸 TV에서나 보던 야구소년에게 ‘고척 스카이돔’이 주는 감격은 옛 추억들과 연결됩니다. 가장 가깝게 떠오르는 추억은 아무래도 인생 최초의 돔구장, 또 우리 야구와도 묘하게 연결된 ‘도쿄돔’을 방문했던 기억인데요.

2005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진출한 삼성을 취재하기 위해 야구출입 첫 해 찾았던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 말 그대로 당시의 흥분과 감격은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야구출입기자로서 첫 해외취재 경험이었던 도쿄돔 방문! 취재구단인 삼성이 우승을 놓쳤던 대회기도 했지만, 경기보다 경기장에 대한, 야구장에 대한 추억이 더 강렬하게 남겨졌습니다.

이후 메이저리그의 야구장이나 일본의 다른 팀, 다른 공간의 야구들도 여럿 접했지만, 생애 최초의 해외야구 직관(?)이자 돔구장 체험이 된 도쿄돔은 그 공간적 가치가 뚜렷한데요. 무엇보다 에어돔 방식이 주는 묘한 기압차로 우주선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은 매우 생생했습니다.

▲ 도쿄돔 기자석에서 취재하던 당시 직촬!
‘고척 스카이돔’이 주는 추억과 야구의 교차점에는 돔구장도 있지만, 아련한 추억의 이름도 함께합니다. 직접적인 연관이 된 공간이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추억의 장, 동대문야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으로 첫 위상을 잡았던 ‘고척구장’, 처음에는 2만석 규모 아마추어 야구장이 목표였고,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며 하프돔이라는 구상이 발표됐죠. 이미 동대문야구장은 철거된 상황, 이후 국제대회의 좋은 성적과 국내 야구계의 시장활성화와 함께 ‘돔구장’이라는 당시로선 이상한(?) 이야기가 떠돕니다. 그 이상한 이야기는, 첫 논의 단계였던 2009년으로부터 6년 만에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프로야구의 폭발적 인기와 돔구장의 특수함은 이곳의 첫 구상이었던 ‘아마추어 전용구장’이란 위상을 잊게 합니다.-감사원에서는 이미 이곳이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야구로도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는 발표를 했습니다만.- 프로구단으로의 운영 방안, 또 각종 인프라나 접근성과 같은 여러 문제들도 있을 것입니다.

▲ 바로 이곳, 동대문야구장의 추억은 그 어느 공간도 쉽게 담아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아마추어 야구에도 쓰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따지면 잠실구장에서도 고교야구를 치르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죠.

‘고척 스카이돔’의 당당한 모습. 일본의 돔구장이 부럽지 않은 그 풍경 사이 동대문야구장을 떠올린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사실 고척은 돔구장의 외형에 비해 소소한 디테일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야구의 성지를 잃은 대가(?)로 얻은 구장이라 하기엔 아쉬움도 많고, 추억의 깊은 맛은 없어 보입니다.

야구의 새로운 공간이 될, 우리 야구의 내일을 함께할 야구장인 ‘고척 스카이돔’! 이곳에서 여러 야구의 추억과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여러 추억 사이 생기는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네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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