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을 앞두고 TV토론의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TV토론은 사실상 거대 보수정당의 대결구도만을 강화하고, 토론을 연설 수준으로 만들어 ‘미디어정치’로서 기능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양자토론을 강화해 각 정당과 후보의 정책대결을 강화하거나 ‘타운홀 미팅’처럼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식으로 포맷을 바꾸면서도 여러 정당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유권자 중심의 TV토론 법·제도 개선 세미나>는 공공미디어연구소(이사장 양문석)이 주최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이 후원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팀장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권자 중심의 TV토론 법·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TV토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여전히 20% 안팎의 시청률(KBS1 기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총선과 지방선거의 경우 1%가 채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상호 팀장은 그 이유로 현행 TV토론이 정책 대결이나 정책 제시의 속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득표율 51대 48로 치러진 18대 대선의 경우도 선거 구도는 뜨거웠지만 TV토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박상호 박사는 “1차 토론의 경우 재반박과 재질문 기회가 차단되면서 ‘토론 없는 토론’으로 치러졌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상호토론이 제한적이어서 캠프의 일방적 홍보에 대한 재반박, 실천 불가능한 주장에 대한 검증 시간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박상호 팀장은 사회자의 개입을 줄이면서 상호토론, 자유토론을 강화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팀장 (사진=미디어스)

이수범 인천대 교수는 참여조건과 상호토론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범 교수는 “지금 선거토론은 시청률도 낮고 선거의 당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미디어정치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7~8명이 2분씩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비전과 선거의 아젠다를 제시하기 힘들다. 토론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은 인천대 교수 또한 지난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공격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아젠다를 던지지는 못했다며 초청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그는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 같은 ‘강한 사회자’가 진행하는 상호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운홀 미팅 방식 또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이 같은 역동적인 방식과 포맷을 권장하고 싶으나 정치적 이유들, 현재 정치의 틀 때문에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수범 인천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이호은 교수의 초청요건 강화 주장은 만만찮은 반론을 받았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다양한 포맷을 개발하고 상호토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다당제 체제를 위협하는 어떤 기준도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 효율성을 강조해 초청조건을 강화하면 다당제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청의 문턱을 높이는 것은 유권자 중심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TV토론이 인기가 없어진 것은 오히려 특정 후보를 배려하는 사회자와 토론을 기피하는 후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오경수 경기대 교수는 “기준을 강화하면 지역중심의 양당 구도가 강화되고, 소수의 유력후보들만이 토론에 참석하게 된다”며 “관심은 끌 수 있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지역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정치구도는 지역 중심인데 이를 정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개별질문보다 공통질문을 더 많이 던져서 정책적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사진=미디어스)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단계적 컷오프’ 방식을 도입해 분위기를 끌어올리면서 최종적으로는 지지율 10%로 제3당을 포함한 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컷오프로 탈락한 후보들에게는 ‘마이너리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도 그는 후보 간 상호토론을 강화해야 한다며 시간총량제를 도입하고, 토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매체를 다양하게 넓히고 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희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방송토론팀장은 “(군소정당의 후보들이) 억울하지 않은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토론을 도입한 적이 있지만 반응은 갈렸다”며 2010년 영국이 시작한 것처럼 우리도 타운홀 미팅을 고민해야 하고, 독일처럼 복수의 사회자가 진행하는 방식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그는 “현행 한국의 TV토론은 ‘연기자의 호소’ 포맷”이라며 “타운홀 미팅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이를 주도할 수 있는 후보자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진=미디어스)
▲ 이종희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방송토론팀장 (사진=미디어스)
▲ 이호은 청운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 오경수 경기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