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그것도 한 특정구단의 중계방송을 담당하는 PD의 역할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만, 사실 전 경기를 중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중계가 없으면 현장에서 직접 취재를 하기도 합니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본다는 것이 주는 경험적 가치와 넓어지는 시야의 고마움은 분명 큽니다. 또, 중계차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살필 수 있다는 점, 분명 현장에서의 경기를 보는 건 매우 중요하죠. 이 같은 요소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 중계로 보는 축구와 현장의 축구는 분명 다릅니다.

▲ 축구장의 여름밤은 정말 한 번 맛보면 푹 빠질 만큼 멋진 풍경입니다.
하지만 홈경기도 아닌, 그리고 다른 여타의 종목 취재나 일정이 겹치는 ‘원정경기’에선 여러 어려움이 함께하는데요. 직접 현장에 가서 다른 지역의 축구장을, 또 축구문화를 보며 취재하고 제작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매치업을 따져보며 꼭, 현장에서의 촬영과 취재가 필요한 경우는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출장을 가겠죠. 한 시즌을 치르며 원정 취재나 제작, 중계는 사실 그리 많은 비율을 차지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현장을 놓친 경기들, 그러나 스코어를 확인하고 이런저런 경기과정을 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중계를 찾습니다. TV로 보며 최대한 넓고 평이하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참 쉽지 않다는 것,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결국, 우리 시대의 축구팬들이-또 축구기자와 축구PD들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인터넷’!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작은 화면으로, 또 그 중계의 품질이 균질하지 못한 중계를 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조차도 완벽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던 걸 떠올리면 지금의 현실에 감사함을 여겨야 하겠습니다만.

▲ 제도적으로 중계를 자주 하고, 할 수 있는 방송에게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맹과 중계권 사업자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전 경기에 대한 팬들의 접점이 확보되었다는 점, 분명 그 자체로 의미가 크고 팬들에게 또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노릇입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매 경기 수고를 아끼지 않을 각각의 중계진의 노력은 분명 변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죠. 또, 이런 접점들이 안정적으로 늘어나야 우리축구의 내일이 더 밝을 수 있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은 공감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수단이 거의 전부로 굳어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온당하다 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여러 접점 가운데 하나가 아닌 유일한 접점이 되어버린 우리 축구의 인터넷 중계,-포털과 아프리카가 메인이라는- 늘어나고 있는 이 같은 손쉬운 방식이 과연 우리 축구의 내일을 밝게 볼 수 있다는 증거일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아니 팬들에게 갈 수 있는 통로는 늘었고, 그렇게라도 되는 건 분명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오직 인터넷만이 살아있고, 이것으로 모든 것에 위안을 얻고 다른 노력은 없는 건 아닌지, 기존의 중계접점인 TV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줄었든 듯하다는 느낌과 함께 이 방향성에 대해선 의심마저 듭니다.

그조차도 사라지면 안 된다는 건 당연합니다만, 최근 이것만이 거의 전부인 대부분의 경기들을 보며, 과연 인터넷을 통한 축구중계의 단일화(?)를 한번 더 생각해보는, 오늘은 리그데이인 수요일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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