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매우 독특한 실험 방송이다. 1인 방송과 정규 방송을 합친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1인 방송인 아프리카 TV가 문화로 자리잡고 유명 BJ들은 월 수천만원의 수익을 벌 정도로 유명해지게 되면서 준연예인이 되었다.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지상파는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그것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1인 방송국을 여러 개 만들어서 실제로 방송을 하고 그 방송들끼리의 시청률 경쟁을 통해서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TV in TV인 셈이다. 그래서 시청률도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각 1인 방송의 시청률 즉 다음팟을 통해서 생방송 시간에 시청하는 사람의 수가 하나의 시청률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방송된 것을 편집하여 지상파로 내보내어 방송이 된 후 나오는 시청률이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두 가지 시청률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꽤 까다로운 방송이다. 그래서 8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7%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9회째 10%의 시청률로 껑충 뛰면서 감을 잡아가고 있다.

1인 방송과 지상파 프로그램은 매우 차이가 크다. 1인 방송은 심의 규정, 포맷도 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만 신경 쓰면 된다. 반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기획력에서 모든 것이 결판난다. 똑같은 형식의 예능이라도 꽃보다 할배는 뜨고 마마도는 폐지되었다. 누가 어떻게 기획하고 연출하는지가 승패를 가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연출은 편집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기획은 섭외에서 결정이 된다. 누구를 섭외할 것인가에서 어떤 장르의 콘텐츠가 나올 것이고 그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편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지금까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연출에 있어서는 뛰어났지만 기획에 있어서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일 때 발굴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일등공신인 백종원이 지금까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먹여 살렸지만 대항마를 만들어야 했다. 백종원이 시청률 60% 이상을 가지고 있는 한 연출 자체가 힘들어진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참여자마저도 1위 백종원이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백종원이 1위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2위부터 생각을 하는 지경이니 시청자는 더더욱 흥미가 떨어진다. 뭔가 대결되는 느낌이 있고 긴장감이 넘쳐야 하는데 형식은 UFC처럼 해 놓고 1위는 항상 백종원이니 나머지는 남은 시청률 주워 먹기에다가 3위 안에 들건 말건 상관없이 제작진 마음대로 3위 안에 들어도 빼고 꼴지를 했어도 다음 회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었다. 제작진의 고뇌도 이해가 된다. 라운드 형식으로 3위 안에 못 들면 방송을 꺼버리는 배수진까지 쳤음에도 백종원의 기세는 막을 수 없고 긴장감은 더욱 사라져버리니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이은결을 발견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생방송을 직접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방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쉽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백종원의 생방송에 들어가면 도저히 나올 수가 없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에 들어갔다가도 백종원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다시 백종원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 60%의 고정 시청률이 지속되는 것이다. 어차피 초반에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선착순으로 잘려 채팅은 전달이 안되고 중계만 되는 중계방으로 가는데도 백종원의 중계방은 깨알 같은 댓글들이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백종원은 다음 요리할 것을 예고하면서 여러 요리를 동시에 하기도 하고 팁을 중간 중간에 계속 말해주면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선방하려면 한 가지 콘셉트로 가야 한다.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나오지 못하는 개미지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한 가지 재능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그동안 걸그룹이나 아이돌, 인기 방송인이 나와도 시청률 극복을 못했던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 노래 하다가 그림 그리다가 요리하다가 자기 소개하다가 춤추다가, 운동하다가... 다른 방송이라면 다양하고 풍성한 콘텐츠가 통했겠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안 통한다. 김구라가 항상 죽을 쓰는 이유도 매주 콘텐츠를 바꾸기 때문에 기대감 자체가 없어진다.

언제든지 그 한 가지에 대해서는 베테랑에게 깨알 같은 재미와 소통까지 곁들여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이 1인 방송의 핵심인데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가장 최적화된 사람이 백종원이었다. 그나마 비슷한 사람이 예정화인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몸매 관리에 대해서만 하고 있고 실제로 몸매도 좋기에 남성팬들을 쓸어가고 있다. 하지만 예정화는 방송이 처음이기도 하고 내공이 부족하기도 하며 레퍼토리도 금세 고갈되는 주제이다.

그러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은결. 생방송에서도 백주부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채팅방에 계속 이은결 방송 재미있다는 글이 뜨기도 했다. 이은결은 예전부터 1인 방송을 했었고 다양한 레퍼토리와 마술사로서의 쇼맨십, 많은 무대 경험, 노하우등을 가지고 있다. 마술은 돈을 주고 봐야 하는 공연인데 이은결이 직접 1인 방송으로 나와서 다양한 마술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깨방정은 덤이고 마술 비법까지 알려주니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 것이다.

이번 생방송에서는 백종원에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생방송이 2주간에 걸쳐서 편집되어 나가고 그 다음 방송되는 생방송에서는 적어도 백주부 시청률의 반은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11회부터는 더 높은 시청률도 가능해진다. 이은결을 빼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킬러콘텐츠를 잡는 것이 중요한데 백종원과 이은결 방송을 발굴해 냈으니 이제 10대와 20대를 사로잡을 콘텐츠 2개 정도만 더 발굴한다면 막강 채널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콘텐츠의 유형이 굳어지면 시즌제로 하여 인원을 싹 바꿔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1인 방송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은결의 발굴은 신의 한수나 다름없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성공의 길로 들어서는 키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백주부와 이은결의 대결,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기대가 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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