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의 맹기용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분간의 요리로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진 맹기용, 더불어 '냉장고를 부탁해'도 위기에 처해 있다.
시작은 맹모닝부터였다. 꽁치 비린내를 잡지 못해 혹독한 평가를 받은 맹셰프. 아무리 첫 출연이라고 하지만 셰프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엄친아 공대생이었다가 레스토랑 운영 4년차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내공이 부족했다.
다른 셰프들은 수십 년간 주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밤낮 없이 설거지부터 시작하여 올라왔는데, 맹기용은 그에 비하면 너무 짧은 시간에 셰프가 되고 레스토랑 주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방송용으로는 매우 좋은 캐릭터이다. 스펙도 좋고, 배경도 빵빵하고, 잘 생겼고, 셰프에, 레스토랑 오너이기도 하니 말이다.
김풍은 맹모닝 사건 이후 맹기용을 찾아갔었다. 꽁치를 사들고 말이다. 아마도 그나마 이미지 좋은 김풍이 맹기용을 살려주겠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왜냐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까불거리며 약간 재수 없는 컨셉으로 맹기용을 상대적으로 성실한 이미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 방송은 여러 면에서 맹기용을 위한 맹기용에 의한 맹기용의 ‘냉장고를 부탁해’였다.
결국 사달이 났다. 맹기용 셰프에서 끝날 수 있었던 사태가 ‘냉장고를 부탁해’의 신뢰도에도 급격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너무 안일한 대처를 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배출한(?) 셰프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봐야만 하는 이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실력 있는 셰프들로 진검승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맹기용 감싸기로 짜고 친 듯한 뉘앙스를 안겨주었으니 앞으로의 요리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관전해야 할 것인가.
방송 캐릭터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스펙 좋고, 배경 빵빵하고, 잘 생겼고, 셰프에, 레스토랑 오너. 방송에서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분명하다.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는 바로 백종원이다. 조리사자격증 같은 거 하나 없는 백종원. 맛있고 쉽게 만들며 싸게 만드는 것에 고민과 노력을 해왔던 백종원은 산전수전 육탄전까지 다 겪었다. 그래서인지 방송 베테랑도 쩔쩔매는 1인 방송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반면 맹기용은 출연 프로그램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과 기회를 위기로 바꾸는 사람의 차이는 내공이었던 것이다. 성급하게 뜨기만을 바라지 말고, 내공을 갈고 닦는다면 위기든 기회든 뭐든 왔을 때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맹기용에게는 쓴소리가 되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5년 후 맹기용의 모습을 다시 글로 써 보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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