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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책임질거냐"던 정부, "국가가 뚫린 것"이라는 삼성병원[분석]메르스 사태에도 작동하는 '네 탓'과 '진영' 논리
김민하 기자 | 승인 2015.06.15 03:37

“국가가 뚫린 것이다”, 지난 목요일 국회 메르스대책특위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말은 어떤 정치인이나 관계 부처 관료가 한 말이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애초에 감염 확산을 막았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거 아니냐고 항의하는 목소리에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삼성서울병원은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삼성서울병원이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가 사흘간 머물렀던 곳이다. 국내 메르스 환자의 거의 절반 정도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이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 머무르면서 거의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았다. 13일 동아일보는 14번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서울병원 본관 로비 카페까지 드나든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여기는 병원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다.

또 12일 조선일보는 삼성서울병원 측이 14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명단을 부실하게 작성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14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명단을 토대로 정부가 관찰, 격리대상을 파악해야 했는데 삼성서울병원이 지나치게 협소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얘기다. 이런 부실 관리는 14번 환자와 함께 응급실에 있었던 의료진과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이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된 병원 방침을 밝힌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송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날부터 신규 외래·입원 환자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며 응급수술을 제외하고는 수술과 응급진료도 한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비난이 거세지자 삼성서울병원은 12일 “발언이 신중치 못해 죄송하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은 아니었다”, “환자의 곁을 지키고 치료하는 것은 병원과 의료인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비난이 계속 커지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또 14일 오는 24일까지 병원의 부분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영리’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병원의 입장에선 선뜻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지만 전염병과 이에 대한 ‘관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뒤늦은 조치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현 사태의 주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 일각에서 사태 초기 질병관리본부가 신속하게 역학조사를 해서 병원과 정보를 공유했어야 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전국의 메르스 관련 상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들렀다는 사실로부터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이 1차 확산지라는 사실은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이후 거의 일주일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즉, 그때로서는 14번 환자를 단순한 폐렴환자로 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사태 초기 정부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높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감염되더라도 치료를 받으면 금방 나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놨다. 메르스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을 찾아서 처벌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주장과는 달리 이제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정도로 메르스가 확산됐다. 나이가 젊고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35번 환자가 무의식 상태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별다른 지병이 없었던 확진자들이 위독한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늘어나자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정부는 4차감염이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는데 결국 4차감염자가 발생했다. 괴담보다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러니 정부가 계속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1번 환자를 확진할 당시 메르스 감염 여부를 의심하는 병원 측에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면 책임질거냐”라고 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국내에 메르스가 상륙했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만큼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다. 공석인 국무총리 대행을 겸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위기 단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라는 요구를 몇 차례나 거부했다. 국가신인도가 하락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결국 질병관리본부의 발언과 엮어서 보면 정부가 나서서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걱정만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대통령이 사태 초기에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강조하면서 총력대응을 주문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세월호 사태 때 우리는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대통령은 최초 확진환자가 발생한 후 거의 2주일이 지나도록 마치 지나가는 얘기처럼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을 말했다. 이러니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조직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리 만무하다. 오히려 섣불리 나섰다가 뭔가를 잘못 처리하면 대통령이 고심 끝에(?) 조직을 해체해버릴 수도 있다. 이 시기 청와대가 메르스 사태보다 더 신경을 쓴 것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당 지도부와 대립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기에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가 청와대 최대의 고민거리인 것처럼 비춰진다.

이후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게 정치적으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준 부분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밤 브리핑’ 이후 정부 여당이 야당과 비교되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사스(SARS) 대응과 메르스 대응이 비교당하는 상황을 두고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배워서 활용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발언은 사스와 메르스의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변명’하는 것처럼 들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정치적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메르스 영향으로 해외관광객 감소와 소비위축 등 어려움을 겪는 국내 최대 규모 패션산업집적지인 동대문 상점가를 방문해 아이를 안은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과 정부에 철저한 대응을 요구하기 보다는 자기 좋을대로 상황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2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마산대학교에서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핵무기는 겁 안내는데 독감은 겁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무기는 북한의 도발 위협을 언급한 걸로 해석된다. 메르스 사태를 괴담이나 음모론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자신의 보수적 입장을 갖다 붙인 것이다. 그러면서 김문수 도지사는 메르스를 ‘중동 낙타 독감’으로 부르면서 2008년 광우병 시위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확진환자가 145명이고 사망자가 15명에 이르렀는데도 ‘중동 낙타’를 말하는 것은 참 특이한 일이다.

이러니 일개 병원의 과장이 ‘국가가 뚫렸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해야 할 삼성서울병원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어이없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집중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이렇게 국가가 뚫려버린 상황에서 안심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인천공학과 전통시장 등을 방문해 소비진작을 유도하고 심지어 이러한 행보에 기획재정부 차관들까지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추측되는 건 이 때문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메르스 감염자가 식사를 했던 곳으로 알려진 부산의 돼지국밥집을 방문해 직접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질병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떨쳐 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불안한 것은 메르스 바이러스 자체 때문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자신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할 수밖에 없게 됐는데 단지 정부와 여당이 그것을 요구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나설 이유가 없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을 안심하게 만들기를 원한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제로 메르스 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말해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가 자신들의 임무에 확실하게 집중해주길 바란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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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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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출 2015-06-15 08:49:48

    30년 가까이 삼성의 협력업체 직원으로서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삼성을 그대로 두면 절대 안된다".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삼성 그동안 너희들 때문에 협력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고 극한 수치심을 느낀줄 아느냐? 기회가 되면 삼성의 오만을 낱낱이 알려주고 싶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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