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생방으로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썰전이다. 시사적인 면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해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연예계 소식의 분석력은 글을 쓸 때 도움이 많이 된다. 다만 최근 예능심판자 코너에서 허지웅과 강용석이 빠졌는데, 강용석이야 원래 예능심판자에서는 존재감이 없었지만 허지웅의 공백은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연예인들이 직접 연예계를 분석하는 예능심판자는 날카로운 시선과 분석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해주었는데 지금은 썰록만 남아서 인물을 분석하는 일만 하고 있다. 서장훈이라는 카드를 꺼냈음에도 스튜디오가 너무 썰렁하게 느껴진다.

썰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정치 이야기에 있다.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이 펼치는 시사 논평, 김구라가 사회를 보는데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주고 있다.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은 시소의 양쪽 끝과 같아서 의견이 대립된다. 이철희 소장이 야당을 대표한다면, 강용석은 여당을 대표하는 썰전 패널인 것이다. 이번에는 메르스에 대해 다루었는데 둘의 시각 차이가 흥미로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6월 4일 10시 반 긴급 발표를 놓고, 강용석은 박원순 시장 아들의 재판 이슈를 덮고 정치적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여 실검 1위를 차지하려는 야심이었다고 밝혔다. 바로 이철희 소장이 반박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6월 3일 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하였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명령에 따라 실행했을 뿐이며, 밤 10시 30분에 발표하는 건 정치적인 입장으로 생각한다면 굉장한 모험인데 이런 모험을 감수했다는 것은 정치적 입지보다 시민의 안전을 우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사안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고, 다른 의견에 대한 논증이나 배경지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메르스 사안에 대해서는 강용석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하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지만, 결국 이철희 소장의 논리적이고 일목요연한 정리에 곧 수그러들고 말았다.

시사는 시의성이 있기 때문에 생방을 보지 않으면 그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기필코 본방사수를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썰전이다. 썰전에서 돋보이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김구라이다. 둘의 심판을 해주는 듯한 김구라가 박학다식한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정치에 대해서도 그 역학을 잘 꿰고 있고 기억력도 좋아서, 둘 사이의 대화를 이어나가도록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김구라의 공백 기간에 다른 사람들이 한 주씩 MC를 맡았었는데 그때는 정말 김구라가 그렇게 잘했었나 생각이 들며 그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졌다.

썰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양쪽이 이야기를 다 들려주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주관을 가져다 놓고 균형과 객관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정치 이야기를 하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다른 사람은 반대로 치부해버리고 더 이상 듣는 귀를 닫아버리기 마련이다. 명절 때 가족끼리도 정치 이야기하면 싸우는 판에 TV프로그램이야 오죽하겠는가. 오히려 한쪽 편만 이야기하는 TV조선 같은 채널들이 더 인기가 있을 것이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한다는 것은 양쪽에게 다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시청률에 있어서는 재미를 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썰전과 같은 날 tvN의 성적욕망에는 썰전에 출연하고 있는 박지윤과 강용석이 MC를 맡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강용석이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폭탄발언을 하였다. 선거 전 6개월은 방송 출연을 할 수 없으니 올해 10월부터는 썰전에서 하차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썰전이 사라질지 아니면 더 흥하게 될지 결정될 것 같다.

현재까지 썰전은 보수쪽 시청층을 끌어들이기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철희 소장은 정말 기대했던 패널이었기에 현재 썰전의 시청률 대부분은 진보쪽의 시청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저격하기 위해서나 자신의 이미지 세탁,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노림수가 보이는 패널보다는, 정말 보수를 대표할 수 있을만한 사람을 데려온다면 썰전은 새로운 날개를 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 지지층에서 듣고 싶은 사람을 섭외하여(한쪽은 무조건 이철희 소장) 날선 대립을 한다면 양쪽 다 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 되어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예능심판자도 부활했으면 좋겠다. 예능심판자가 주춤하게 된 이유는 슈퍼주니어의 희철이 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계속 20대 아이돌을 구인했지만, 결국 허지웅과 강용석마저 빠지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쉬운 점은 현재 연예계를 이같이 날선 검처럼 비판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서장훈은 이제 예능을 시작했고, 그나마 김구라와 이윤석이 분석력이 좋은데 이 둘로는 역부족이다. 새로운 대중문화평론가나 아이돌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지웅 말고도 정덕현씨나 하재근씨 같은 실력 있는 대중문화평론가도 있는데 왜 자리를 비워두고 썰록만 남겨놓았는지 모르겠다. 핫한 아이돌보다는 인지도도 있고 연예계 경험도 풍부한 강균성이나, 김구라와 호흡을 맞췄던 문희준 정도만 나와 주어도 예능심판자의 분위기가 확 살 텐데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썰전에 대한 애정이 많은 만큼 아쉬운 점도 많고 기대하는 바도 크다. 앞으로 썰전이 더욱 날선 검같이 독한 혀로 전쟁을 치르는 즐거움을 주길 기대해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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