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낳은 스타가 있으니 바로 백종원이다. 마리텔에서 지금까지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걸그룹이 와도 아이돌이 와도 유명 개그맨들이 와도 백종원을 꺾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하고 만다. 콘텐츠를 주무기로 가져나온 김구라도 백종원의 레시피 앞에서는 탈락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60% 이상의 시청률은 이제 고정시청률이라 해도 될 만큼 견고해졌다. 백종원은 이제 아예 자신의 성을 딴 프로그램까지 꿰찼다. 집밥 백선생이 케이블 방송임에도 계속 상승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케이블에서 3.5%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데, 지상파인 마리텔은 이제 6.9%이니 마리텔 시청률의 반 이상이 백종원 시청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얼마 전 맹모닝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종편임에도 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스타가 된 이연복은 탕수육으로 홈쇼핑에 진출하여 12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할 정도로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도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을 다 합쳐도 백종원 한 명의 인기에는 못 당하는 느낌이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요리

그 인기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와 백종원이 차별화된 것은 바로 레시피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15분 내에 냉장고 주인을 만족시키는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촉박한 시간과 제한된 식재료 때문에 창의성이 요구되고 순발력을 요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나온 맹기용은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며, 그동안 만들어왔던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다른 셰프들의 실력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감히 따라할 엄두가 안 난다. 레시피가 상세하게 나오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는 셰프들의 노하우와 경륜이 전제된 요리이기에 일반적인 식재료라도 쉽게 따라할 수 없고, 따라한다고 해도 그 맛을 낼 수가 없다.

그나마 전문 요리사가 아닌 김풍의 요리가 따라할만 한데, 김풍마저도 요즘은 셰프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점점 어려운 요리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백종원의 요리는 다르다. SNS상에서 백종원 레시피들이 마구 등장하는 있는 이유가 있다. 그건 누구나 따라할 수 있고, 따라해 보면 맛이 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된장라면을 따라서 만들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요즘 한 끼는 꼭 된장라면을 해서 먹는다. 명란마요는 기본 밑반찬으로 항상 있고, 주변에선 치킨도 직접 만들어 먹었는데 KFC 치킨 맛이 난다며 신기해하는 반응도 있었다. 요즘 생활 속의 팁이라는 뜻의 라이프해킹이라는 말이 있는데 백종원의 요리는 레시피 해킹이 아닌가 싶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이 내놓는 화려하지만 따라할 수 없는 레시피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주니 말이다.

심지어 영업기밀인 김치찌개 레시피까지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의 요리 실력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백종원은, 그의 레시피만큼이나 인기가 지속될 듯싶다. 한식대첩에 출연하여 보여준 해박한 지식이나 산경험들을 미루어보아,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레시피는 매일 요리를 해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요리 내공과 지식 그리고 대중과 친근한 이미지와 소통 능력까지 갖춘 백종원은 아내 소유진의 서포트 없이도 방송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셰프테이너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쿡방의 범람으로 인한 셰프 전성시대에, 대중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백종원인 것 같다. 우선 실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방송에 출연하더라도 뭇매를 맞게 된다. 맹기용처럼 애매한 경력으로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음이 최근 논란에서 증명되었다. 한 분야에 정통하여 내공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고, 최현석처럼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추가로 가지고 있거나, 대중과의 스킨십을 잘하는 이연복과 같은 능력이 있어야 방송하는 셰프의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눈으로만 먹는 쿡방을 넘어서서, 시청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참여형 쿡방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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