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이 정규방송으로 편성되고, '나를 돌아봐' 또한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 치고는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다. '동상이몽'은 ‘안녕하세요’와 비슷한 포맷이나 김구라와 유재석이 존재하고, 한쪽의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프로그램이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견해 차이를 양쪽의 입장에서 바라봄으로 간극을 좁혀주는 프로그램이다.

'나를 돌아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의 매니저가 되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다. 이경규는 조영남의 매니저가 되고, 장동민은 김수미의 매니저, 그리고 유세윤은 유상무의 매니저가 되어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다. '동상이몽'과 '나를 돌아봐'를 보면서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양극화 현상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한 때는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정치적으로 양극단의 진영으로 나뉘어서 격렬한 대립을 하고 있는데, 마치 깔대기처럼 모든 현상은 기-승-전-정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사안 하나에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평행선을 이루게 되는데, 특히 진보와 보수는 세대 간의 갈등을 빚기도 한다. 점차 이 간극은 벌어지고 있고,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갈등 양상에 점차 지쳐간다. 정치적 관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라는, 중간도 없는 양극단의 시선만 가지게 되는 것이 마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느낌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동상이몽'과 '나를 돌아봐'가 비슷한 타이밍에 나오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동상이몽'은 세대 간 대립을 보여준다. 부모와 자녀의 입장은 같은 사건임에도 확연하게 다른 시선과 세계로 비춰진다.

자녀의 입장에서 보여줄 때는 부모가 잔소리도 심하고, 말도 안 되는 이상적인 직업을 가지라고 하고, 사소한 일 같은 것에도 화를 내는 등 이해 안 되는 행동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곧 같은 사건을 부모의 입장에서 비춰주었을 때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새벽까지 일하고, 비가 오건 눈이 오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할 직업을 자녀에게는 물려주기 싫어서 자녀가 조금이라도 두각을 나타내는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한다거나, 너무 소비가 심해 부모 지갑에까지 몰래 손을 대려할 때 부모의 행동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나온다.

'동상이몽'의 재미있는 점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들로 구분된 판정단이 있지만, 판정단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부모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이 '동상이몽'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부모가 져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왜 그런 잔소리를 하는지에 대해 자녀들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진 이 상황에서 이런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반응을 얻는다는 것은 양극단에서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지쳤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무한 이기주의

역지사지라는 말을 초등학교 때 배웠음에도 우리는 나만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바쁘다. 세월호 사건으로 아깝게 숨진 아이들을 향해 내 가게 안 된다고 유가족에게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옆에서 남들이 다치거나 죽어가도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에게 피해가 입지는 않을까 조심하게 되는 세상이다.

'나를 돌아봐'는 내가 했던 행동들을 똑같이 겪어보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입방정으로 무한도전 식스맨을 자진하차한 장동민은 장동민보다 더한 욕설을 하는 김수미를 만나 혼쭐이 난다.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에 대해서 김수미를 보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경규 역시 조영남의 막무가내에 당해낼 도리가 없고, 버럭 하는 조영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 유세윤 또한 그간 자신이 했던 장난들을 그대로 유상무에게 갚음을 당함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나를 돌아봐'는 '동상이몽'보다 조금 더 어려운 미션인 것 같다. 타인을 삶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까지는 되었으나, 오히려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게 되면 더 큰 복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타인의 모습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경규는 그냥 대충 비위 맞춰주자는 느낌이고, 장동민은 김수미를 은근히 디스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유세윤은 처음부터 당하는 것도 연출 같아 보였다.

자신의 인정하기 싫은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경규는 그 모습을 회피했고, 장동민은 그 거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유세윤은 그 모습을 보고 거울을 부술 기세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 기획의도만큼은 매우 신선했다. 무한이기주의인 이 시대에 한번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상이몽'과 '나를 돌아봐'는 전형적인 착한 예능으로, 이 프로그램들이 반응을 얻는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자극적이고 극적인 모습에 시청자들이 이제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세상이 오히려 예능보다 더 자극적이기에, 예능에서 자극보다는 자아성찰이나 역지사지를 추구하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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