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보는 소녀'가 시작되면서 수목드라마의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다음이 '앵그리맘', 새로 시작한 '냄새를 보는 소녀' 순으로 시청률이 나오고 있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신세경과 박유천이 출연하여 주목을 끌긴 했지만 첫회 성적표는 최하위, 전 드라마인 ‘하이드 지킬, 나’보다는 나은 성적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우선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1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2, 3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드라마가 더 재미있는지에 대한 경쟁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누가 더 오글거리나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앵그리맘'은 학교폭력, 자살, 비리 등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엄마가 학교로 들어간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러브라인도 가져가야 하는데 엄마와 한 남자 그리고 딸이 삼각관계를 그리면 패륜이 되기 때문에 오아란은 조강자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설정되었고, 학생들도 조강자를 고등학생으로 생각하는(양심적으로 1년 나이 많은 것으로 설정했긴 했지만) 구도를 억지로 넣은 느낌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지만, 1회에서 보여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통각상실증을 가진 최무각과 부모가 살해된 현장을 목격한 후 도망가다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과 냄새를 보는 초능력이 생긴 오초림의 설정은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남탕에 들어가 범인을 찾아내는 장면이나 웃찾사가 나오는 장면 등 억지로 넣은 듯한 장면들이 이내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동생의 죽음으로 얻은 통각상실증으로 새우탕을 몇 개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뜨거운 커피 두 잔을 원샷하다가 범인을 잡기 일보직전 너무 오래 밤을 새워서 잠을 자버린다는 설정은과장되게 다가왔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오버스럽고 오글거리며, 냄새를 표현하는 방법에 나오는 CG는 냄새가 보인다는 설정을 세련된 방법으로 표현해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 다 로코물이기 때문에 오글거릴수록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앵그리맘'의 김희선이나 '냄새를 보는 소녀'의 신세경 모두 굉장히 오버하며 격앙된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는 원작이 둘 다 웹툰이고 로코물이다 보니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것이고, 타겟 시청층도 10대이기 때문에 적당한 오글거림은 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두 드라마가 겹치는 컨셉과 타켓 시청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과장되게 말하면 이제 누가 더 오글거리냐의 게임으로 들어갈 것 같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우선 냄새를 보는 것을 통해 어떤 사건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계속 나오게 될 텐데 사건마다 냄새를 보며 풀어나간다는 것 자체가 억지 설정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1회만 해도 난데없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손님의 지갑을 훔치려던 종업원을 오초림이 초능력으로 지갑의 냄새가 모자 아래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가져다주라고 하는 것 같은 설정들이 여러 번 나오며 1회부터 지치게 만들었다. 2회에서는 최무각에게 냄새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설정들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것 같다.

'앵그리맘' 역시 오글거림과 억지 설정이 만만치 않다. 지난 방송에서 박노아가 조강자의 엄마를 한공주라고 착각하고 찾아가는 장면에서 박노아를 가운데 두고 조폭들에 둘려 쌓여 있는 모습이나, 조강자가 홍상태를 패는 장면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만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내다보니 나온 한계이겠지만, 주제는 굉장히 무거운데 코믹한 요소가 들어가니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로코물도 아닌 느낌이 드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앵그리맘'이나 '냄새를 보는 소녀'는 주제 자체는 매우 무겁고 중간에 스릴러 같은 느낌을 가져다주지만 그걸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오는 캐릭터 설정과 상황들은 잘 버무려지지 않은 비빔밥 같은 느낌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오글거림도 큰 두 드라마. 지상파에서 이렇게 안일하게 계속 이런 드라마를 내놓는다면 결국 드라마 영역도 다작에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는 케이블이나 종편에 빼앗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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