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의 막바지, 저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내는 시간입니다. 팀의 구체적인 시즌 전력을 점검할 수 있고, 실전경기를 통해 시즌 예상도 가능한 시간이죠. 대부분 스포츠채널과 전문지 기자들, 또 각 팀의 출입기자와 연고지역 방송들도 이맘때를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그냥 반복되는 훈련보다는 연습경기까지 포함된 이 시기가 이야기꺼리 자체가 많습니다.

NC를 제외한 9개 구단이 모두 일본 남단에 모여 있는 이 계절, 특히 오키나와에 절반 이상이 모였습니다. 오키나와에서 펼쳐지는 국내팀 간, 또 일본팀과의 맞대결은 말 그대로 ‘오키나와 리그’라 부를 만한데요.

▲ 지난 시즌 우승팀이자 오랜 역사의 삼성과 일본의 명문 요미우리의 맞대결
팀간 맞대결은 저마다의 의미부여가 쉽게 때문에 방송콘텐츠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스프링캠프의 단순한 연습경기라 하지만, 중계방송까지 이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 할 터. 꼭 중계가 아니더라도 뉴스나 특집방송의 소재로도 탁월한 효과를 주는 전지훈련지의 연습경기입니다.

다양한 매치업들 사이에 분명 의미 있는 여러 경기들의 존재, 그리고 전지훈련지 막판의 들어나는 팀의 윤곽, 이런 매력에 이맘때 제작을 위해 오키나와로 향할 땐 분명 대강의 그려지는 모습을 가지고 가기 마련인데요.

제작팀들이 많아지며 제작여건이 힘들어지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한 팀에 여러 팀들이 겹쳐 모이면 선수들도 분명 인터뷰나 여러 촬영 협조에 피로를 느끼기 마련, 말을 듣고 나중에 쓰는 전문지를 포함해 신문기자들의 취재에 비해 방송제작은 번거로움이 더합니다.

촬영세팅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선수들의 말을 담을 때 바람이라도 심하면 인터뷰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또, 인터뷰 외에도 선수들의 훈련들을 직접 촬영해서 보여줘야 하기에 이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 바쁜 시기에 여러 팀들이 겹쳐진 사이 촬영현장에 비가 내린다면 어떨까요?

▲ 넥센과 삼성의 아카마경기는 취소됐죠? 사실 이맘때 오키나와는 비가 자주 옵니다.
예정됐던 경기가 취소된다면 그 이야기는 사실상, 비가 내렸습니다, 이상의 의미로 활용하기 힘듭니다. 비가 내리면 그것도 많이 내리면, 야외 훈련 자체도 취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내훈련으로도 대신할 공간이 있긴 하지만, 그곳의 그림은 전지훈련지의 콘텐츠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도 방송의 경우 고민은 깊어집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화면을 섞어야 할 상황에서 날씨 자체가 너무 다르면 쓰긴 참 힘들어집니다.

오키나와를 포함한 프로야구 전지훈련지에 내리는 ‘비’는 그런 의미에서 참 어렵고 힘듭니다. 그리고 문제라면 이 계절의 일본 남단, 특히 오키나와에는 심심치 않게 비가 내린다는 거죠.

전지훈련 자체의 효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구단만큼이나 난이도가 높아지는 제작진의 고민. 이 계절 전지훈련지에 내리는 ‘비’는, 그래서 참 힘듭니다. 선수들만큼이나 제작진에게도.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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