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들과의 맞대결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오키나와 전지훈련’. 국내 프로구단과도 만나지만 이 오키나와 전지훈련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일본팀과의 대결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뜨거운 인기와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일본의 프로야구. ​야구의 나라 미국과 비교해도 결코 모자람이 없는, 그러나 뭔가 다른 열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인기라는 측면을 넘어선 여러 가지 감정들, 이를테면 존경이나 경외심 같은 것도 일본 프로야구에는 함께합니다.

▲ 전지훈련지의 풍경, 팬들은 물론 취재진들의 접근방식도 우리나라와는 참 다르다는 걸 어느 구단에서나 느낍니다.
기본적으로 거리가 상당한, 야구를 향한 일본의 시선. 팬들은 물론 미디어의 접근도 철저한 규칙에 따릅니다. 현장의 정돈된 분위기를 지키는 것부터 우리 전지훈련 캠프와는 분명 다르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그 먼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관계자는 물론 많은 팬들이 연습경기나 그냥 일반 훈련도 참관하곤 하죠. 선수들의 모습을 멀리서라도 한번 보겠다는 강한 의지, 사인이라도 받으면 좋지만 그리 쉽진 않습니다.

훈련 자체가 공개되는 구역도 명백하게 정해져 있고, 기자들의 취재나 인터뷰도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합니다. 장단점 자체를 따지긴 쉽지 않지만 이런 풍경은 분명 양면성을 띄고 있습니다. 존중의 자세와 그만큼 멀게 느껴지는 거리감, 일본 프로야구의 풍경은 전지훈련지부터 그렇게 보였습니다.

한국팀과의 경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한국팀에 대한 가이드북을 지참했거나 기록지를 쓰는 팬들도 많습니다. 진지함 가득한 관중석에선 한 번씩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이승엽이나 임창용의 이름 앞에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 오키나와 캠프 요미우리는 연습경기라도 상당한 관중열기와 함께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다양한 매체에서 전지훈련 캠프의 소식들까지도 치열하게 전하고 연습경기들을 중계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시도되는 아이템입니다만, 일본처럼 거의 전경기가 중계되진 못하고 있죠.- 그 모든 접근에 있어서 선수와 야구 자체에 대한 숭고함을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인다는 인상이 가장 크게 자리했습니다.

진지함 가득한 태도는 야구에 대한 열정의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이 모든 것들이 분명 야구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한 것, 하지만 그만큼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도 있습니다.

오키나와까지 훈련을 보러 찾아온 팬들의 열기에도 분명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모습. 어찌 보면 팬들을 위해 팬들이 있기에, 팬들로 인해 존재하는 종목이라 할 프로야구에서 그런 서비스는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다른 것들을 넘어서 경기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겠다는 식의 태도라고 할까요? 성적이 가장 우선이고, 야구가 가장 먼저란 신념을 기본에 둔 프로야구는 분명 미국의 그것과 참 다르단 생각이 들었죠.

▲ 연습이라도, 유리벽 너머로라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가장 많은 요미우리. 오키나와 셀룰러 스타디움의 풍경은 대단합니다.
어느 것이 옳다고, 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팬이 있어야, 또 미디어의 노출과 다양한 관심이 있어야 그 존재도 더욱 성장하고 가치가 높아지는 건 분명한 프로야구. 그런 접근에서 볼 때 일본 야구의 미묘한 특징은 부러운 존중과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감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모든 것이, 또 우리의 어떤 모습들이 꼭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더 유연하고 즐거움을 위한 야구의 모습이 저에겐 더 보기 좋더군요.

야구 자체에 대한 열정과 존중, 그 깊이까지 모두 대단한 일본 프로야구. 하지만 즐거움보단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안타깝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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