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우리 야구팬들은 쉽게 즐기지 못했던 소소한 즐거움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겨우내 기다렸던 야구의 풍경을 다소 일찍 만날 수 있는 시간, 바로 전지훈련 연습경기 중계가 그 주인공이죠.

​IPTV채널이자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 산하의 스포츠 채널인 SPOTV를 통해 시작된 스프링캠프 중계. 많은 관심과 응원 속에서 지난해 분명 주목을 받았고, 올 시즌에도 이를 기다리던 팬들이 많았는데요.

설 연휴가 끝나가는 오는 22일, 한화와 KIA의 경기를 시작으로 모두 11경기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를 넘어 미야자키와 가고시마까지 중계의 영역이 넓어진 점이 특히 인상적, 팀별로는 넥센 경기가 특히 많습니다. 무려 5경기나 되네요. LG와 KIA도 3경기, 반면 SK와 두산은 1경기뿐입니다.

겨우내 궁금했던 선수들의 모습과 이른 야구의 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스프링캠프 중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중계방송을 위한 시도나 고민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만, 사실 그 중계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노릇인데요. 해외에서 펼쳐지는 국내팀의 경기를 중계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을 터, 그 방법들을 먼저 소개합니다.

▲ 어제 펼쳐졌던 한화와 SK의 경기는 특히 중계에 대한 요구가 컸던 매치업이라 아쉬웠죠.
첫 번째, 우리 중계의 모든 것을 현지로

가장 간편한(?), 하지만 가장 복잡하고 비용도 비싼 방법이 아마 이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말 그대로 우리 스포츠 채널의 중계차부터 모든 중계인력이 현지로 이동해 중계를 제작하는 거죠. 중계의 화면이나 전체적인 흐름, 구성에서는 확실한 우월함이 있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비용, 무게부터 어마어마한 중계차량을 옮기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거기에다 평소 중계방송의 수준을 구현하려면 중계인력도 30명 이상 필요합니다. 위성송출을 위한 비용과 출장비, 장비의 이동 등을 따져보면 사실 이 방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현지 중계의 힘을 빌리다

오키나와 출장을 처음 왔던 시절, 현지에서 TV를 보며 가장 놀랐던 건 이곳의 연습경기도 중계가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인기팀 매치업은 취재인력도 많은 데다, 중계까지 이뤄지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일본 현지의 중계팀에게 도움을 받아 중계방송을 공유하거나, 이곳 중계팀의 장비와 인력을 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비용과 현지 사정에 대한 여러 가지 변수 탓에 쉽지 않은 선택이 된다는 점, 무엇보다 우리나라 팀끼리의 경기에 현지 방송이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필요나 가치는 크지 않다는 겁니다. -연습경기를 위한 구성에서도 심지어 우리나라 팀과는 자신들의 2군을 내보는 경우도 많은 일본 프로야구니깐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는 많지만, 쉽게 시도되진 못하는 방법, 저희도 한때 고민했던 전지훈련 중계방법이었습니다.

마지막, 현실은 결국 기술의 힘으로 극복

현실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넘어선 마지막 수단은 많은 부분에 타협을 이뤄야 가능한 중계형태가 됩니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처럼 중계방송을 위한 고성능의 많은 카메라를 여러 곳에 설치할 수는 없지만, 대신에 좀 더 휴대가 편리하고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포지션에 최소한의 기본 카메라들을 설치해서 중계형태를 짜는 것. 거기에다 중계차를 대신한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중계를 제작해 국내로 송출하는 방식이죠.

중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경기인데다, 현지 사정이라는 한계가 명확하기에 나올 수 있는 절충적 방법입니다. 현지까지 꾸려올 수 있는 장비들을 바탕에 두고 최대한 현장 상황만큼은 빠짐없이 전달하는 형태의 중계방송! 그 시도부터 결과까지 분명 의미가 크고 대단하기에, 올 시즌도 그 중계가 다시 다가옴에 박수를 보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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