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의 노동자가 공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인은 노동조합 대의원이고, 노동조합에 유서를 남겼고, 직접 만든 ‘도급화 결사저지를 위한 조합원 서명지’를 남긴 것으로 보아 회사 정책에 반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에 따르면, 고인이 된 김아무개(40)씨는 16일 밤 차에 유서를 남긴 뒤 공장 본관 앞에서 분신했다. 고인은 유서에 “제가 죽는다 해서 노동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금타(금호타이어)만은 바뀌어졌으면 하는 제 바램입니다”라며 “동지들 부디 노동자세상이 와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저 세상에서 저도 노력할게요”라고 썼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전체 직무의 87%(597개 직무 521개)를 도급으로 전환했다. 노조는 “(공장에는) 이 때문에 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20여명의 도급 사장이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종료하고도 나머지 76개 직무 중 48개에 대한 도급화를 추진했다. 노조는 “고인을 포함해 19명이 속한 스프레이-운반 업무도 도급화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는 도급화 대상 직무를 하던 정규직 노동자를 다른 업무에 전환배치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도급화 중단을 요구했고, 지난 2월 3일 광주지방법원에 ‘도급화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는 “그럼에도 회사가 도급화 추진을 지속하자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심적 고통을 받던 고인이 회사의 도급화 저지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는 고 김씨가 회사의 도급화 정책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연결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연합뉴스는 금호타이어 회사 쪽 관계자가 “유서에서도 도급화 문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를 원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노조의 구체적인 방침이 전달되면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에 △도급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고인의 사망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유가족과 노조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설 휴무 특근 거부를 시작으로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또한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지역시민사회와 함께 금호타이어와 박삼구회장에 대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워크아웃이 종료된 지금, 금호타이어에 필요한 것은 도급화와 비정규직 확산으로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지혜란 것을 박삼구 회장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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