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가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미스터 백은 여전히 주춤하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왕의 얼굴은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으나 곧바로 기세가 꺾였다. 일단 피노키오의 순항은 반가운 일이다. 이 같은 피노키오의 순항에선 몇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우려일까 배려일까, 상상이 가져다 준 설렘
달포와 인하가 동시에 YGN에 합격할 수도 있다는 한 마디에 상상력에 폭주현상을 보인 달평. 급기야 식빵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달포 넥타이를 고쳐주는 인하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달포는 마치 키스를 하듯이 인하가 물고 있던 식빵 다른 끝을 베어 무는데. 차라리 키스가 낫지 이건 키스보다 더한 러브신이다. 게다가 상상이라는 것을 알고 하는 상상이기에 그 설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달평이 과연 달포와 인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인지 중매쟁인지 알 수 없는 장면이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YGN의 신입기자
그러나 건강한 드라마라면 적어도 현실을 깨는 상상 혹은 공상이라도 갖게 해야 옳다. 신데렐라의 헛된 욕망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근사한 허구라고 할 수 있다. 상업드라마라는 것이 기승전연애일 수밖에 없어서 그 구성을 거부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진실이라든지, 혹은 풍자와 비판을 담는 반란을 시도해야 좋은 작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혜련 작가는 좋은 작가라는 말을 들어도 좋다.
물 오른 이종석의 연기가 주는 실감
그런데 이종석의 연기가 물이 오르고 있다. 이종석은 빠르게 전개된 4회에서 화내고, 슬퍼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려운 감정을 빠져들게 연기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본인 스스로 그 감정에 빠져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전달해냈다. 시청자로 하여금 화내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화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종석이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연기자로서 진화하고 있다는 반가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피노키오는 허구의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것을 만들어낸 것부터가 비현실의 현실감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그 허구 속에 기자가 거짓을 전달한다는 설정은 허구가 아닌 것이 이 드라마의 시작점이자 뼈아픈 현실의 자각이다. 그것을 깨고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헛된 욕망이나 부추기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피노키오에 몰두해도 좋은 이유가 되고 있다. 어쩌면 식빵키스보다 그 진실에 대한 갈망이라는 주제가 더욱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