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의 음주운전 적발 소식을 접한 대중에게는 어떤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이 음주운전이 아주 소량의 알콜만 마신 상태로 이루어졌으며, 채혈 후에는 훈방 정도 수준의 혈중 알콜 농도가 측정되어서 노홍철의 음주운전이 큰일이 아닌,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일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 우리가 알고 있는, 술을 못하는, 착한 노홍철이라면 그럴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기대감은 무참히 깨졌다. 채혈 결과에 따르면 그는 만취 상태였다.

▲ 방송인 노홍철 ⓒ 연합뉴스
그러나 이 사건 하나로 노홍철을 몹시 나쁜 사람으로 몰아갈 생각은 없다. 그러기에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선행, 바른 모습들이 많이 있었다. 그는 실수했고, 안타깝게도 그 실수가 몹시 나쁜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혼나고 벌 받고 자숙해야 하지만, 인간 노홍철 자체를 쓰레기로 몰아가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또한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그 바른 모습 때문에 배신감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그 바른 모습 때문에 노홍철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저버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큰 잘못을 했고, 용서를 구해야 하며, 연예인으로서 충분히 벌을 받고 자숙해야 한다.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번 노홍철 사건에서 느낀 것은 '음주운전'만큼 꾸준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연예계 사건사고가 없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마치 연예인들이 돌아가면서 부르는 도돌이표 노래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연예인들에게 음주운전 사고는 사고라기보다는 필연적인 일은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최대한 연예인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이 차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연예인들에게는 개인 공간이 없다. 집을 제외한 모든 곳이 그들에게는 공공장소이다. 개인의 장소가 없다는 것처럼 두려운 일은 없다. 친구와 만나기 위해 길을 걸어도, 잠시 화장실에 들려도, 어디에서든 눈에 띌 수 있고, 사진이 찍힐 수 있다. 택시를 타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다 드러날 수 있으며, 이는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생산해낼 수도 있다. 택시 타고 강남 갔더니, 요즘 누가 강남에서 활개 치고 다닌다는 '카더라' 통신이 바로 SNS를 통해 확산될 수 있는 세상이다. 연예인들에게 있어서 집을 제외한 개인 공간의 부족은 어쩌면 차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왔을지도 모른다. 사실 연예인은 로드 매니저가 있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념만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즉, 연예인에게 집을 제외한 유일한 개인 공간으로서 차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없이 발생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이 차를 쉽게 버리지 못하고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차와 술이 접해 음주운전이 발생하는 부분도 설명된다. 보통 술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일어난다. 개인적인 일에 개인의 공간인 차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된다. 이 연결고리는 꽤 단단하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은 앞으로도 꾸준히 일어날 공산이 크다. 마치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말이다.

연예인의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가뜩이나 음주에 관대한 사회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연예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것이 마치 해프닝처럼 여겨지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음주운전 자체를 중히 여기지 않는 인식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런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확실히 막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방송사 간에 합의를 하는 것이다. 한 시점을 정해 놓고 '그때 이후로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의 경우 최소 5년간 방송 출연을 금지한다.' 같은 조항을 만들어버리면, 연예인은 쉽사리 음주운전을 하지 못할 것이다. 지상파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정도의 자체 규정만 만들어져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연예인 음주운전을 조금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출연 계약을 맺은 연예인이 음주운전 해서 손해 보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연예인들은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있으니 가급적 대리운전을 할 것이고, 적어도 자기의 경력에 누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은 이미 필연화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 음주운전도 그럴지 모른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조금 더 예방적 방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연예인에게도 그리고 우리 사회에게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blog.naver.com/knightp 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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