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임원추천위원회가 서류 심사에서 5등을 차지한 백기승 현 원장을 추천하며 그 사유로 “탁월한 정무감각”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백기승 원장은 2007년 한나라랑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공보기획단장,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보상황실장으로 활동하다 박근혜 정부 1기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맡은 ‘친박’ 인사다. 그는 지난 5월 비서관직을 사임했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5일 백씨를 제4대 KISA 원장으로 임명했다.

백기승 원장은 6명을 추린 서류심사에서 5등으로 턱걸이했다. 3명을 뽑은 면접에서는 꼴찌를 했다. 임원추천위가 서류심사부터 ‘낙하’ 계획을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임원추천위는 백기승 원장에 대한 추천사유로 “청와대 비서관 수행 등 탁월한 정무감각 보유 및 인터넷 관련 정책 실행 네트워크 확보”, “인터넷진흥원 업무 분야(정보보호, 인터넷) 발전을 위한 강한 의지 표명”을 제시했다. ‘청와대 경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10월27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KISA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사유서. (자료=최민희 의원실)

탈락자 두 사람은 IT기업과 학계 출신인데 미래부의 ‘백기승’ 선택은 다른 후보자들이 ‘들러리’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원추천위는 탈락자 A씨를 추천하며 “장기간의 IT기업 근무 경력 및 임원/CEO로서, 조직관리 능력 보유”, “(경력을 열거한 뒤) 인터넷 관련 풍부한 네트워크”를 추천사유로 제시했다. B씨에 대해서는 “ICT 분야의 높은 전문성”, “(경력 열거 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및 리더십 보유”를 추천사유로 들었다.

임명권자인 미래부 장관이 전문가를 제쳐두고 청와대 친박 인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 ‘낙하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미래부 종합감사에서 KISA 임원추천위 추천사유 문건을 공개하며 “정무감각, 의지표명 같은 추천사유는 처음 본다”며 “다른 분은 IT전문가에다가 인적 네트워크, 리더십까지 갖춘 분인데 백기승씨는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세 번째(B씨)를 고를 터인데 절차 상 큰 하자가 있다. 청와대 비서관이었다는 것밖에 없는데 왜 찍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최양희 장관은 “논문을 많이 쓰고, 기술적으로 탁월하다는 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면서도 “(인터넷진흥원) 원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국내 사이버 관련 문제가 보안 균형발전 외국과의 공조 등으로 복잡하고 이런 문제에 대해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이 절실했기 때문에 판단하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 백기승 KISA 원장. 미래부 최양희 장관은 9월5일 백기승씨를 KISA 원장으로 임명했다. 백씨는 11일 공식 취임했다. (사진=KISA)

한편 KISA 원장 직은 ‘징검다리 낙하산’ 자리로 불린다. KISA는 2009년 출범했고, 원장 임기는 3년이지만 역대 원장들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않았다. 평균 재임기간은 1년5개월이다. 1대 원장인 김희정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은 2009년 7월 취임했으나 이듬해 7월 청와대 대변인이 됐다. 이기주 3대 원장은 올해 3월 임기 1년6개월만에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됐다.

2대 원장인 서종렬씨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김희정 원장이 퇴임하면서 KISA 원장이 됐으나, 2012년 6월 여성직원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돼 취임 1년9개월만에 물러났다. 법원은 서씨에 대해 징역 5월을 선고하고, 피해자에 2729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