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가장 우려됐던 부분은 '장그래'를 누가 어떻게 연기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미생>은 현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현란한 CG나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한 작품은 아니었다. 따라서 드라마로 제작하는 데 큰 걸림돌은 없었다. 그러나 재미를 보장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만화 자체가 지니고 있는 정적인 분위기와 매우 현실적이어서 강한 충격을 주기 힘든 내용은, 자극이 필요한 드라마에 있어서는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였다. 특히 이 같은 만화의 특징이 주인공의 성격에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면 이는 더 큰 문제였다.
임시완의 대단함은 이 평범한 장그래의 모습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담겨 있는 복합적인 모습들을 훌륭히 구현해 냈다는 데 있다. 그는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만큼 여리지만 동시에 독기가 서려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 과장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느냐고 말할 때는 눈과 안영이에게 '끝을 보러 가자'고 말할 때의 눈에는 확실한 단단함이 서려 있다. 장그래의 모습이다.
이 연기는 드라마 미생에 드라마가 지닐 수 있는 맛을 더해주고 있으며, 현재까지 <미생>이 호평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장그래는 자신의 내면을 더욱 밖으로 드러낼 것이다. 그때 임시완이 보여줄 장그래의 모습은 어떨지, 지금처럼 그가 장그래를 더욱 현실감 있고 풍성한 캐릭터로 그려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