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14년 10월이고, 2014년이 끝나려면 두 달 이상이 남았다. 1년으로 치면 6분의 1이 남아 있는 상태다. 하루에도 정말 다양한 사건 사고가 터지고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2014년을 두 달이나 남겨두고 2014년 최고의 무언가를 선정한다는 것, 성급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주저 없이 이 성급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급한 결정의 정당성은 에픽하이 <본헤이터> 뮤직비디오가 갖는 형식상의 새로움에 기인한다. <본헤이터>는 세로 화면으로 제작됐고, 이는 기존의 가로형 디스플레이에 맞춰서 제작되었던 뮤직비디오와는 완전히 다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형식 하나로, <본헤이터>는 2014년 최고의 뮤직비디오가 되기에 충분하다.

▲ 사진 제공 YG엔터테인먼트
세로화면 뮤직비디오는 스마트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을 것이다. 이제 많은 이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TV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이 가로가 긴 디스플레이가 아닌 세로가 긴 스마트폰으로 즐기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에는 화면 회전 기능이 있으며, 가로형 디스플레이에 맞게 제작된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아무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내 손에 잡혀 가장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세로화면이다. 에픽하이의 뮤직비디오는 바로 이 점을 정확하게 캐치한다.

덕분에 스마트폰을 통해 감상하는 <본헤이터>는 기존 뮤직비디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세로로 꽉 찬 화면이 갖는 힘을 통해 개인은 철저하게 부각되고, 인물의 개성이 살아난다. 인물에 힘을 불어넣는 데 이처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동시에 가로로 좁은 화면을 그대로 무대로 사용함으로써 현대인이 지닐 수밖에 없는 답답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는 <본헤이터>가 지니고 있는 메시지에도 잘 부합된다. 남이 싫어해도, 그런 것에 압박을 느끼면서도 나는 부각될 수 있다. 좁은 방의 답답함과 개인의 돋보임은 '세로화면' 덕분에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형식이 서사와 결합했을 때 만들어지는 즐거움이 <본헤이터>에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에픽하이의 <본헤이터>는 2014년 최고의 뮤직비디오가 되는 데 모자람이 없다. 이 창조적인 생각의 전환과 그것을 통해 노래를 제대로 전달한 것은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시도,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에 큰 박수를 보낸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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