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송에서 큰 방송사고를 낸 <무한도전>이 무한도전다운 방식으로 사과를 전했다. 시청자들에게 노래로 미안함을 전달한 것이다. 유재석이 태양의 <눈, 코, 입>을 개사해서 방송사고에 대한 사과,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잘하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시청자들에게 선물했다.

이 같은 사과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09년에도 <무한도전>은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개사한 '미안하디 미안하다'로 무한도전만의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이제 <무한도전>은 사과하는 방식까지도 전통을 지니게 되었다.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무한도전>이 지닌 위치는 절대적이다. 어떤 예능을 보더라도 무한도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지경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다양한 포맷의 예능을 만들어왔고, 그것은 지속해서 큰 영향을 끼쳤고, 이제는 전통을 지니게 됐다. <무한도전>이 그 어느 예능보다도 시청자의 충성도가 높은 방송이 된 것은 이 같은 전통에서 기인한다.

<무한도전>의 진면목은 이런 충성도와 전통을 지니고서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방송사고를 <무한도전> 팬들은 대범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시청자 게시판에 '김태호 PD'가 곤장을 맞을 차례라며, 이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어낼 참이었다. 이제 팬들은 <무한도전>의 실수까지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이고 재밌는 상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오히려 <눈, 코, 입> 개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왜 제대로 욕을 못하냐고 반문한다. 이건 사실 진짜 질문이라기보다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알고 있으며 더욱 신경 써서 좋은 방송을 만들겠으니, 잘못하면 욕을 하고, 매를 들어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들은 가장 충성스러운 팬 앞에서 다시 고개를 숙인다. 잘못을 제대로 시인하고,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겠다는 다짐. 이러한 다짐을 통해 시청자는 더욱 <무한도전>을 신뢰하고 <무한도전>에 깊은 사랑을 보내게 될 것이다.

어느덧 400회를 달려왔다. 이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더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 초심이 어쩌면 지금의 무한도전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눈, 코, 입> 사과를 통해 다시 한 번 <무한도전>의 가장 무한도전다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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