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가 지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재미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인간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더 지니어스>라는 무대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은 단지 게임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와 연관되어 있다. 이는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원래 그런 것이고, 경쟁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더 지니어스>라는 경쟁 무대에서, 이 사회의 모습은 그대로 재현된다. 그 안의 갈등을 보는 재미, 무시할 수 없다.

시즌 2가 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게임보다는 이 사회 모습의 투영에 거의 모든 것이 할애되었기 때문이었다. 게임과 상관없이 친목으로 팀을 구성하고, 이득을 보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 그대로였고, 사람들은 이에 분노하고 짜증냈다. 그 모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정당한 실력으로 판을 엎어버리는 판타지를 보고 싶은 것이 아마 대중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불편한 현실과 그것을 해소하는 판타지. 시즌 1의 성공은 이 두 가지의 절묘한 조화 때문에 일어났다.

<더 지니어스 : 블랙가넷>은 이런 점에서 성공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게임에 집중하지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관계와 욕망을 감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의 모습과 판타지가 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3화는 이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에피소드였다.

출연진은 강용석 변호사를 탈락시키기 위해 힘을 모은다. 그런데 아무도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다. 강용석을 타겟으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강용석이 2화에서 데쓰매치 승리를 위해 출연진을 협박했기 때문이다. 그의 협박은 훌륭한 기술이었지만, 출연진에게 불편함을 줬다. 강용석은 위기에 빠지자 본성을 드러냈다. 그것은 그를 살아나게 했지만 동시에 악수였다. 그렇게 그는 다른 참가자들의 제거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쉽게 공격받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공격하기 위한 충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블랙가넷'이 지닌 힘을 계속해서 언급했다. 명분이 생긴 이후에도 그는 공격받지 않았다. 누군가 한 명이 총대를 메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용석을 잡아먹고 싶다는 본성을 드러내는 것, 이빨을 드리우는 것은 자신을 더욱 힘든 수렁으로 빠트릴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또 한 명의 블랙가넷 보유자인 신아영이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녀는 블랙가넷이 위협이므로 이를 지닌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옳으며, 강용석 변호사가 아니면 자신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수긍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그렇게 강용석을 탈락후보로 만들었다.

탈락 후보가 정해지는 순간, 사람들은 숨겨뒀던 본성을 다 꺼내기 시작했다. 2등을 위한 거래가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저마다 자신의 이권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서로 물고 물어뜯는다.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 상황이면 되는 것이다. 또 한 명의 탈락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다시 발톱을 감춘다. 오현민은 재빠르게 자신을 누군가를 떨어트리려는 사람보다는 같이 한 동료들을 지키려는 인물로 포지셔닝 했고, 이미 탈락후보가 된 강용석은 같은 참가자를 마치 어린애 취급하듯이 '뭐가!'라고 말했다. 오현민의 계획에 동조하고 있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누군가는 본성을 드러내고 누군가는 다시 본성을 감춘다. 물론 방송에 모든 대화가 나온 것은 아니므로, 실제 상황은 달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분명한 건, 다들 어느 순간에 본성을 드러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다시 감췄을 것이다.

<더 지니어스>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현실감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것이다. 그 모습 속에서는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동시에 쾌감을 느낀다. 싫은 사람이 생기고 좋은 사람이 생긴다. 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축소해서 생생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그것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더 지니어스>가 많은 논란과 논쟁을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자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더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이것이 <더 지니어스> 초반부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관계와 관계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들 사이의 갈등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더 지니어스>가 주는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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