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시즌 1의 길학미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슈퍼스타K>는 춤 되고 노래 되고 비주얼 좋은 여성 참가자에 대한 갈망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꾸준히 그런 후보군을 탑텐으로 선정해서 생방송 무대에 올렸다. 물론 결과는 안타깝게도 그리 좋지 못했다.

생방송 무대 전까지 시청자는 후보정이 들어간 노래를 듣게 된다. 따라서 후보정이 없는 생방송 무대는 기본적으로 출연자의 실력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슈퍼스타K>는 음향이 좋지 못한 점 때문에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실제 생방송 무대를 가서 본 경험에 따르면, 현장음이 주는 감동의 반도 브라운관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화려한 볼거리와 노래를 함께해야 하는 여성 참가자가 갖게 될 부담감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으며, 무대의 질 또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래는 허접하게 들리고, 무대매너는 아마추어 같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비주얼형 여성 참가자들은 모두 이 같은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시즌 2에서의 김소정, 이보람이 그랬고, 시즌 3에서 신지수가 그러했으며, 시즌 4의 볼륨, 시즌 5의 위블리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댄스와 노래를 함께하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즌 2의 김소정, 이보람은 생방송 첫회 탈락, 시즌 4, 5의 볼륨, 위블리도 생방송 첫회 탈락을 면치 못했다. 오직 보컬리스트로서의 장점도 명확했던 신지수만이 두 번의 무대를 더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슈퍼스타K6>의 이해나의 탈락은 너무나 아쉽다. 그녀는 분명히 훌륭한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슈퍼스타K가 그토록 원하던 비주얼형 가수로서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면서도 노래는 노래대로 춤은 춤대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며, 무대매너와 비주얼 역시 훌륭했다. 걸그룹 출신으로서 무대를 경험해본 이의 실력을 분명히 뽐낸 것이다. 이전 시즌의 참가자들은 무대 자체가 별로였고 그에 따라 첫회 탈락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에 반해, 이해나의 탈락은 당연하기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탈락이다. 어쩌면 첫회 탈락자 중에서는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준 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서바이벌은 잔인하다. 좋은 무대를 보였음에도 탈락할 수 있고, 좋은 무대를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합격할 수 있다. 강승윤과 같은 참가자는 좋은 무대를 보여주지 못해 욕을 먹으면서도 계속 합격을 이어갔고, 결국 '본능적으로'라는 역대급 무대를 만들어 내며 화려하게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만의 특징이다. 이를 응당 받아들이면서도 이해나가 아쉬운 것은 그녀에게는 좋은 무대를 보여줄 기회가 더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좋은 무대를 보여줬음에도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확실히 증명했다. 그녀가 춤 되고 노래 되고 비주얼이 좋은 '가수'임을. 서바이벌 내에서의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겠지만, 그녀가 멋지게 다시 데뷔해 화려한 시선을 끌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슈퍼스타K> 출신의 성공한 여자 가수들도 이제는 꽤 많아졌다. 장재인과 박보람, 김예림과 같은 이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아마 이해나도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탈락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무대로 이미 자신을 증명해 냈기 때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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